기소유예 뒤 법 개정… 헌재 "신법 기준, 檢 처분 취소"

다수의견 "형벌법규, 유리하게 변경… 신법으로 위헌 판단"
이선애 재판관 "처분 당시 행위 따른 것… 평등권 등 침해 아냐"

조합 총회를 위해 대관한 성당 앞에서 명함을 돌리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뒤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헌법소원 청구인에게 유리하게 개정됐다면 헌재는 결정을 내릴 당시 시행 중인 신법을 기준으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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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21대 총선 예비후보였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 불복해 서울북부지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인용)대 1(반대) 의견으로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서 의원은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20일 한 지역 신협의 총회가 열린 성당 앞에서 조합원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같은 해 10월 기소유예됐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나 범행 동기나 결과 등을 고려해 기소하진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문제는 서 의원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후인 2020년 12월 ‘대관 등 본래와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경우는 선거운동 금지 공간에서 제외한다’고 법이 개정되면서 발생했다.

서 의원은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 후 형벌법규가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됐다면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 결정 당시 시행 중인 신법을 기준으로 기소유예 처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기소유예 처분 후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대관 등으로 본래의 용도 외의 용도로 이용되는 종교시설의 옥외에서’ 명함을 주고 지지를 호소한 청구인의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게 됐다"며 "개정 전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내린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대관 등으로 본래의 용도 외의 용도로 이용되는 종교시설에서 명함을 주고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한 것은 개정 전 법에 의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별개의견을 냈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은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처분 당시 및 청구인의 행위 시의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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