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잡는 심리분석]③방철 대검 심리분석실장 "거짓말 검사, 중요 과학적 증거로 자리매김"


셜록 홈스 꿈꿨던 심리학 전공 檢 수사관, ‘대검 심리분석실’ 지휘
방 실장 "거짓말탐지기 통과, 사실상 불가능… 증거 인정 높아져"

강력 사건에서 과학수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시신을 찾지 못하는 암수살인, 범행 도구를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 등에서 과학수사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검찰의 과학수사는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지방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통합심리분석(심리생리검사·뇌파검사·행동분석·임상심리검사)을 진행하고 있다. 대검 심리분석실은 2015년 9월 국내 최초로 미국 폴리그래프 협회(APA)로부터 교육기관 인증을 받았다. 현재 APA 인증기관은 전 세계 30곳에 불과하다.

방철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방철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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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심리분석실은 방철 심리분석실장의 지휘로 운영되고 있다. 방 실장은 APA로부터 인증받은 ‘대검찰청 폴리그래프 아카데미(KSPOPA)’ 교육 책임자로 국내 폴리그래프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3개월 동안 공식 교육 기간을 거쳐야만 APA 인증 국제자격증을 획득한 검사관이 될 수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검찰 수사관뿐만 아니라, 국정원, 국방부, 해양경찰 등 각 기관의 요원들을 세계적인 수준의 검사관으로 양성하고 있다.


셜록 홈스를 꿈꿨던 방 실장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7급 검찰 수사관으로 임용됐다. 특수사건을 주로 맡았던 방 실장은 기록에만 파묻혀 수사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셜록 홈스처럼 단서를 찾아 가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2011년 미국에서 교육받은 뒤 심리분석의 길로 들어섰다.


다음은 방 실장과의 일문일답.

-대검 심리분석실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심리분석관은 어떤 업무를 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사를 진행하는가?

▲대검 심리분석실은 주요 강력사건에 대한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피의자의 진술 진위 여부 및 인지적·성격적 특성, 사이코패스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의 정보를 제공해 수사를 지원한다. 일선 검찰청에서 대상자에게 동의받은 후 지원 요청을 하면, 대검 심리분석실에서 이동식 장비를 가지고 해당 검찰청에 방문해 피의자를 면담하고 검사를 진행한다. 보통 1일차 임상심리평가, 2일차 심리생리검사 및 행동분석, 3일차 뇌파분석(필요시)을 수행하는데, 면담과 검사를 마치고 대검으로 복귀해 분석을 실시한다. 구속사건의 경우 통상 ‘면담 후 5일 이내’에 분석결과를 통보한다.


-검찰 등에서는 APA 인증 자격증이 있어야 거짓말탐지기 검사관이 되고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APA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미국의 상당수의 주에서 APA 공인 검사관만이 심리생리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APA는 관련분야 최고의 권위를 가진 협회다. APA 인증은 강사진, 커리큘럼, 시설, 장비 등 모든 부문에서 국제 표준에 부합해야 하므로 이를 충족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대검 심리분석실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심리생리검사 교육기관으로서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거짓말탐지기로 불리는 ‘심리생리검사’는 예전부터 수사기관에서 사용했던 수사 기법의 하나인데, 실제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가?

▲뚜렷한 물적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심리생리검사를 통해 자백받거나 증거로 채택되는 사례가 다수 있다. 예를 들면 피의자가 동거녀를 폭행해 사망케 한 사건인데, 피의자에 대해 심리생리검사를 실시해 피의자의 진술이 거짓임을 확인한 후 자백을 받아냈다. 별다른 증거가 없어서 경찰에서 내사 종결했던 사건이었는데, 자칫 암장 될 수 있었던 사건을 심리생리검사를 통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힌 것이다.


-거짓말탐지기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국정원 등 정보기관에서는 거짓말탐지기 뚫기 훈련을 한다는데, 유의미한 수사 도구로 볼 수 있나?

▲검사에 사용되는 질문이 매우 정교하게 구성돼 있고 고의적인 방해 행위를 적발하는 방법 역시 개발돼 있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심리생리검사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아동학대, 성폭력 등의 물적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


-거짓말탐지기 등 통합심리분석 결과가 법원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고 있나?

▲법원은 1979년 심리생리검사의 결과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한 바 있고 현재까지도 그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있었고 많은 연구를 통해 그 정확성이 입증돼 현재는 하급심 법원에서 검사결과를 증거로 채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는 심리생리검사 결과가 법관의 심증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하고 이제는 중요한 과학적 증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통합심리분석결과 역시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은 사례가 많다. 최근 울산 강도살인 및 방화 사건, 정인이 사건, 내연녀의 청산가리 독살사건 등에서 통합심리분석 결과가 유죄의 인정증거로 채택됐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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