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용한 해고

인사고과 짜게 주고, 재택근무 축소
근무지 폐쇄 후 이전 요구도
美 기업, 직원들 '자발적 퇴사' 유도 한창

'낮은 인사고과, 사무실 출근 확대, 근무지 이전, …'.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소리없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거시경제 여건 악화로 직원에게 직접 해고를 통보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인사고과를 낮게 주거나 성과급 삭감, 근무지 이전 등 갖은 수단을 총동원해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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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은 최근 직원들을 상대로 업무 성과를 평가한 뒤 수천명의 직원에게 '기준 미달' 등급을 내렸다. 이번 성과 평가로 일부 직원들이 수주 내에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메타 경영진은 예상하고 있다. 메타는 목표 기반 문화에 근거해 저성과자에 대한 성과급 삭감도 추진중이다.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는 재택근무 축소가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채택했던 기업들 중 일부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주문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3월부터 일주일에 4일씩, 아마존은 5월부터 일주일에 최소 3일씩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을 꺼리고 있어 이 중 일부는 퇴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용절감에 나서려는 기업들이 사실상 바라는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최대 민간 고용 기업인 월마트는 일부 사무실을 아예 폐쇄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미국 기술 허브 중 3곳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알리고, 수백명의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 아칸사스, 캘리포니아 등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고 통보했다. 근무지 이동이 어려운 직원들은 퇴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기술직 직원들에겐 일주일에 최소 2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월마트 측은 "이번 사무실 폐쇄로 대부분의 직원들의 재배치될 예정이로 일부 직원들은 전일제 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퇴사자들은 퇴직금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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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일각에선 미국 기업들이 '손 안대고 코 풀기' 식으로 직원 해고에 나섰다고 지적한다. 미국 로체스터대 사이먼비즈니스스쿨의 세빈 옐테킨 학장은 "해고라 부르지 않지만 해고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미국 제약회사인 백스터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했던 해리 크래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 교수는 "최근 기업들의 결정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직원들을 감축하려는 얄팍한 시도"라며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너무 빨리 고용을 늘렸거나 최근 성장 전망이 부정확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은 한쪽에선 구인난을 호소하고, 다른 한쪽에선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불일치가 극심하다. 1월 실업률은 3.4%로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비용 절감,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빅테크 업계에선 직원 구조조정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불황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인사 관리 전문가인 로버타 매투슨 씨는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해고 통보 없이 직원들을 밀어내는 방법들을 갖고 있다"며 "팀 재편성, 새 프로젝트 할당 외에도 새로운 상사에게 보고토록 하는 방법을 통해 직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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