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평가'의 그림자…교사 향한 익명 성희롱 온상

충주 고교서 교사 2명 향한 성희롱 글
"해마다 인권침해…교원평가 폐지하라"

충북 충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서 교사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올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교원평가에서 인격 모독적인 글 작성되는 일이 잊을만하면 반복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도 한 고등학생이 교사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을 써 '퇴학'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교사단체는 "인권 모독의 도구로 전락한 교원평가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3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교원평가에서 여교사 2명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이 확인됐다. 피해 여교사 2명은 충주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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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교원평가 서술형 항목에는 '○○○ 교사 엉덩이나 보여주고 수업해라', '○○○ 교사는 이 글 보고 상처받았으면 좋겠다' 등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과 모욕을 느낄만한 글이 포함됐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서버를 관리하는 충북교육정보원을 압수수색하고 설문 작성자를 찾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교원평가는 2010년부터 교원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해 교원에 대한 만족도를 체크하고 자유서술식으로 평을 남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익명으로 진행되는 탓에 교사들을 향한 인격 모독적 비난이나 성희롱 등이 적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에 교육부는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부적절한 단어를 걸러낼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비속어 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원평가에서 여교사에 대한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등 성희롱이 작성돼 파장이 일었다. 해당 고등학교는 지난달 17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을 퇴학 처분하기로 했다.


교사단체는 교원평가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는 24일 성명을 내 "교원평가는 시행 10년이 넘는 과정에서 심각한 성희롱과 인권모독의 도구로 전락해 학교 현장에 무용한 제도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성희롱과 인권침해 등 교원평가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필터링 등 블라인드 처리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대책일 뿐"이라며 "장관이 바뀔 때마다 혁신을 말하고 있는 교육 당국은 깊이 반성하고 땜질식 대책이 아닌 폐지로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원평가를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원의 전문성 신장, 공교육 신뢰 제고 등을 위해선 교원평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교원평가를 둘러싼 문제 해결을 위해 익명이 아닌 실명이나 아이디를 사용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익명성 보장이 안 될 경우 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 교원평가 존폐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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