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봉쇄' 국경 열리나…"中 파견 노동자들 송환 채비"

소식통 "연쇄적 탈북 우려해 송환 계획한 듯"
北, 3년째 국경 봉쇄…송환 계기로 빗장 풀까
북중 접경지역, 최근 열차·트럭 교역로 재개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중국으로 파견했던 노동자를 본국으로 대거 송환할 채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현지 생활이 어려워진데다 통제 장기화로 인해 불만이 가중되면서 연쇄적 탈북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년 넘게 봉쇄령을 유지 중인 북한이 노동자 송환을 계기로 빗장을 풀지 주목된다.


23일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중국에 체류 중인 노동자를 본국으로 불러들일 준비를 시작했다"며 "중국의 양회(兩會) 일정이 끝나는 시점을 전후로 송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회는 3월 중 연례적으로 치러지는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로,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하는 용어다.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된다.

북중 접경지역,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의 플랫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중 접경지역,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의 플랫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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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통은 북한이 통상 외화벌이를 위한 해외 파견의 경우 3년 주기로 교체가 이뤄지는데,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길게는 6~10년까지 발이 묶인 노동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기간 내내 보위부의 감시 속에 통제된 생활을 하는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생활고까지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외 파견을 나오려고 뇌물을 바친 사람들의 경우 복귀하지 못하는 기간만큼 이자가 불어나서, 탈출을 감행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본국으로 보낼 상납금을 중간에서 착복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특히 파견기간 중엔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도록 해 불만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 알려진 집단탈북 외에도 소규모 탈출이 잦아졌고, 연쇄적 탈북을 우려한 당국이 기존 인력을 불러들이고 새로운 인원으로 교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중국 상하이의 한 의류공장에 파견됐던 여성 봉제공 20여명과 담당 관리인이 집단으로 사라진 바 있다. 북한 총영사관과 중국 공안에는 '실종'으로 보고가 올라갔지만, 기획탈북으로 관측됐다. 같은 해 겨울에는 러시아에서 전쟁 재건사업에 끌려갈 것으로 우려한 건설 노동자들이 대거 탈북하기도 했다.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시 경제개발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시 경제개발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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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중국 코로나19 발병 직후인 2020년 1월부터 국경을 걸어 잠갔다. 지난 겨울부터 중국과의 열차 운행을 일부 재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트럭을 이용한 화물 운송까지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중간 주요 육상 교역로인 나선~훈춘 간 트럭 통행이 재개됐고, 중국 동북부 훈춘의 세관시설도 다시 가동되면서 북한이 본격적으로 무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식통은 "북한내 코로나19 확산 사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평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이상 노동자 송환이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며 "중국도 북한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적당한 시기를 적극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 송환이 이뤄지면 탈출을 시도하다 공안에 잡혀 있던 인원들도 함께 북송될 거란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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