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진단]한신공영 10%만 채워…중견건설사 회사채 '빨간불'

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사도 고금리
중소형 건설사는 시장에서 외면
신용도 낮은 회사채 49% 상반기에 만기 도래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대기업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여전해 건설업종을 보는 시선은 싸늘한 상황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GS건설·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는 모두 모집 물량을 채웠다. 다만 KT·포스코 등 다른 우량 대기업과 달리 개별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 금리(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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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GS건설(A+)은 22일 2년물 1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 결과 219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조건은 민평금리 기준 +140bp(1bp=0.01%포인트) 수준이었다. 현대건설(AA-)도 1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 결과 총 3200억원이 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2년물과 3년물은 각각 민평금리의 +10bp, +3bp 수준으로 확정됐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롯데건설(A+, 부정적)은 3500억원 모집에 총 62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700억원, 3년물 2500억원, 5년물 300억원 등으로 구성했다. 다만 롯데건설의 발행금리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민평금리에 2년물 +30bp, 3년물 +50bp, 5년물 +5bp로 결정됐다.


중견 건설사는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는 분위기다. 한신공영(BBB)의 1년물 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450억원이 미매각됐다. 단 5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7.5~9.5%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는데도 사실상 외면받았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신공영은 민간 건축 부문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지난해 이후 분양을 시작한 다수 현장에서 저조한 분양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로선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형급 건설사 중 그나마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곳은 SK 에코 플랜트(A-) 정도다. SK에코플랜트는 1년 만기 300억원 모집에 960억원, 1년 6개월 만기 400억원 모집에 1990억원, 2년물 300억원 모집에 2130억원의 유효 수요를 모았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계열사라는 후광 덕을 봤다는 평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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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KT·포스코 등 대기업 회사채에 사상 최대 자금이 몰리면서 신용물 투자심리가 뜨거웠던 상황과 대조된다. 건설사 회사채 시장에 온도 차이가 뚜렷한 이유는 건설사들의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이 빠르게 침체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투자심리도 위축돼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회사채 차환 부담은 신용등급이 낮은 A급과 BBB급에 집중돼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건설사 전체 회사채 발행액은 8조2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2조6000억원이다. 이 중 49%(1조3000억원)가 상반기에 몰려 있다.


A급 건설사 회사채 물량은 총 4조4000억원이고,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1조4000억원이다. 2분기부터 만기 도래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BBB급의 경우 전체 발행액 1조3000억원 중 41%(5000억원)가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1월 말 기준 건설사 신용연계 단기 유동화증권(ABCP·ABSTB)의 약 90%는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상당수가 2~3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높은 신용도로 만기가 분산된 A1급이나 유동화시장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A3급의 발행 규모는 크지 않다"며 "전체 발행 규모의 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A2급 유동화증권을 중심으로 차환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사 회사채 투자심리 회복 여부는 올해 분양 실적에 달려 있다는 게 중평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미분양 추세가 건설사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건설사들은 공사원가와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 분양 실적 부진과 공사대금 회수 지연 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을 안고 있다. 올해도 차입금 차환, 운전자금 대응 등을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커버리지 부문 본부장은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이 강세지만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고, 연말까지 부동산 PF 등 관련 이슈가 주기적으로 돌출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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