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재개' 신호탄 쏜 北…안보리, 이번에도 침묵하나

지난해 11월 ICBM 대응도 '감감무소식'
의장성명도 중·러 비협조에 막혀 공전
北 독자제재 추가…개인 4명·기관 5곳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이어 남측을 겨냥한 방사포탄까지 발사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도발을 재개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 삼아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0일 오전 7시께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 미사일을 전술핵공격수단인 600㎜ 초대형 방사포라고 주장하며, 4발이면 적의 작전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앞선 18일에는 오후 5시2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유엔

유엔

원본보기 아이콘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 함께 이번 ICBM 발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놓고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CBM 발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안보리 차원에서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 통상 안보리 이사국들이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쏜 ICBM 화성-17형에 대응하기 위한 의장성명도 아직까지 공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 남발로 제재 결의가 무산되자, 미국은 의장성명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까지 마련했다. 수위를 낮춰서라도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의장성명에도 비협조로 일관하는 모양새를 이어가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최근 "실무 수준의 협상에서 '2개 이사국'이 관여를 거부해 의장성명의 진전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서 '2개 이사국'이라 지칭한 건 중·러가 계속해서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ICBM '화성포-15형' 발사 훈련 진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ICBM '화성포-15형' 발사 훈련 진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북한이 최근 안보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7일 담화를 통해 "대조선 압박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안전보장리사회에 대한 항의로 정상적인 군사 활동 범주 외에 추가적인 행동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안보리 대응 여부와 별개로 추가 도발을 염두에 둔 북한이 선제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미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긴장을 조성하면서 ICBM 기술을 발전시킬 구상"이라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비롯한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논의할 수 있는데, 북한은 미리 안보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협조하지 않을' 명분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안보리 차원의 대응과 별개로 이날 개인 4곳과 기관 5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북한의 도발 이후 역대 최단기간 내에 이뤄진 추가 제재다. 이번 조치는 지난 10일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는 독자제재를 발표한 지 열흘 만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4번째 독자제재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