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공공재" 법안 나왔다…10조 환원에도 '사회적 책임' 강조

설상가상 “은행 공공성 입법화”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은행권을 향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명문화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까지 시도하는 가운데, 은행권은 '10조원+α의 사회공헌'까지 내놓고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은행의 공공성을 명문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은행법 제1조(목적) 조문을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수정해 은행법에 ‘공공성’을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의 공공성을 현행법의 목적에 명시하면 은행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익적 활동을 확대하도록 해 통합적인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거론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 법안의 향방에 따라 '은행이 공공재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될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향성이 분명해지고, 은행의 영리 추구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담당하는 은행 경영자에게도 공공적 의무를 부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김 의원 측은 설명했다.

은행권을 향한 정치권의 공세는 비단 정무위원회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은행의 독과점 횡포와 수익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면서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해서 어려운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상생 금융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고금리로 서민의 시름은 깊어지는데 은행은 성과급 잔치에 명예퇴직금 파티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은행 문제에 있어선 한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이처럼 공적(公敵)이 된 은행권은 ‘10조원+α’에 이르는 사회 환원책을 내놓고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치권과 당국의 압박에 지난달 27일 5000억원 규모로 설정한 사회공헌금액을 불과 이틀 새 7800억원으로, 보증 배수 방식의 지원을 포함해 10조원 이상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이 이어져서다.


은행권으로서도 할 말이 적지는 않다. 지난해부터 금리급등기 금융당국의 요청에 부응해 예대금리차 공시, 선제적 대출 금리 인하, 각종 수수료 면제 등은 물론 채권시장 경색 국면에선 95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수행했지만 돌아온 것은 ‘이자 장사’란 비판인 까닭이다. 문제의 도화선이 된 성과급 문제도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란 점, 희망 퇴직금 문제는 디지털 전환기에 맞는 인력구조 개편이란 점에서 ‘도덕적 해이’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코로나19 이자 유예·만기 연장 조치로 은행권의 관련 대출 부실률에 착시가 있는 만큼 최근 수익엔 미래의 손실이 선반영 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배당 자제, 충당금 확대는 필요하나 이런 전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특히나 금융권으로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세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순이익 대비 사회 환원 비중이 5~6%에 그친다고 하나 일반 기업은 3~4%에 그치고, 주된 비교 대상인 글로벌 금융사들은 1% 안팎에 그친다. 이를 과연 ‘고작’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금융권 때리기에는 여야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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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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