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월14일은 소 포옹하는 날"…밸런타인데이 거부운동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소 숭배 심화
힌두민족주의 심화 우려…"타종교에 폭력"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인도 동물복지위원회와 정부가 밸런타인데이인 2월14일을 '소 포옹의 날(Cow Hug Day)'로 새로 제정하겠다 밝히면서 인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심화되고 있는 힌두민족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8일 인도 동물복지위원회는 2월14일을 밸런타인데이 대신 소 포홍의 날로 새로 제정해야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동물복지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소를 껴안으면 감정이 풍부해지고 행복이 증진될 것"이라며 "서구문명으로 전통문화가 소멸될 상황을 막아야한다. 소는 인도 문화와 시골 경제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위원회는 인도 정부의 법정 자문기관으로 1962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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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안팎에서는 냉소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팩트 체크 매체 알트뉴스 공동 창립자인 모함메드 주바이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소 껴안기의 날'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는 글을 올리며 비아냥댔다.


정치 분석가 닐란잔 무코파디아니도 동물복지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완전히 미친 메시지라고 비난하며 "이제는 정부가 정치·종교 단체가 하던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내 언론들도 풍자 만평을 잇따라 게재하며 반대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심화되고 있는 힌두민족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인도 내에서는 강경 힌두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이슬람교나 불교 등 타 종교 지역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일명 '암소 자경단'이라 불리는 단체들이 소의 도살을 막는다며 소고기를 가공, 유통하는 자들을 공격해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한편 소는 인도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동물로 알려져있다. 소의 똥과 오줌으로 만든 약과 비누 등도 팔린다. 힌두교도는 어머니 같은 존재인 암소에서 나온 것들은 무엇이든 특별한 효능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정부 유관 기관인 국가암소위원회가 암소의 똥으로 만든 휴대전화 방사선 차단 칩을 출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소똥을 몸에 바르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지면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세균에 감염돼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사고도 보고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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