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스토리]‘이재명의 늪’으로 가는 민주당

검사 정보공개, 형소법 개정 등
檢 압박용 카드 의심벗기 어려워
무리수 이어가면 당 전체가 위험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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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사들의 이름과 연락처, 담당 업무 등을 공개하는 ‘검사 정보공개법’ 제정과 피의자가 수사 검사 기피를 신청할 수 있고, 구속영장 심사 때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미리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등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표의 지시가 있었는지, 검사의 신상을 공개해 좌표를 찍으려는 건지, 이 대표가 기소되기 전에 검찰의 증거를 미리 확인하려는 건 아닌지 등 논란이 일었다.

3년 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사에 대한 기피를 허용하는 나라가 있습니까?”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질문에 나라 이름까지 틀려가며 오스트리아에 그런 제도가 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또 한번 망신을 당했다. 얼마나 준비 없이 급조한 법안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런 여러 논란이나 법안 내용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이 대표가 여러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 시점에 민주당이 꺼낼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아무리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식한 방탄용, 검찰 압박용 카드라는 의심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어이 가결시켰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공무원의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지 정치적 혹은 도의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헌재법 제53조 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로 그의 권한 행사를 정지시킨 것은 혐의가 없어 기소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수사기관에 고발해 피고발인을 시달리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 다수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 대표를 수사하는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헌법재판 제도를 악용한 셈이다.


검찰이 애초 이 대표에게 2차 소환을 통보한 지난 주말 민주당은 서울 숭례문 앞에서 이 대표와 소속 의원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난방비 폭탄’, ‘민생파탄’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흔들었지만, 집회의 성격은 분명 이 대표 수사 ‘방탄’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대장동·위례·백현동, 성남FC,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대북송금 등 관련 혐의들은 민주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 대표의 개인 비리 혐의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민주당이 집권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고발돼 수사가 시작됐던 사건들이다. ‘야당 탄압’이나 ‘표적 수사’ 프레임을 내걸고 당 차원에서 방어에 나설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3년 전 매주 토요일마다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수호’ 집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내가 조국이다”를 외쳤지만, 조국 전 장관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민주당은 논평 한 줄 내놓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여러 부처 수장 중 한 명에 불과했고, 검찰이 기소하기 전 일찌감치 장관직에서 내려왔지만, 그럼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거짓말은 ‘대선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당의 얼굴이다. 그리고 그는 기소가 돼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도 대표직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사이 민주당 내부에서 더 이상 이 대표를 안고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당이 분열되겠지만,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했던 상식에 어긋난 발언들과 행동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진 무죄가 추정되지만, 그의 오른팔, 왼팔이 이미 대장동 관련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한 전력이 있다. 대장동 일당의 로비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활약으로 유죄 선고는 면했지만,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의 말은 거짓이었고, 함께 해외 출장을 가 같은 조에서 골프 라운딩까지 했던 고(故) 김문기 처장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거짓말로 또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는 그의 말도 과연 진실인지 의심이 간다.


당장은 공천권을 가진 이 대표의 눈치가 보이겠지만, 이 대표를 엄호하기 위해 더 이상의 무리수를 두지 않길 바란다.


이제 겨우 ‘조국의 강’을 건넌 민주당이 다시 더 깊은 ‘이재명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많이 왔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민주당은 위험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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