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논란에…中 언론 "美 무능력 드러낸 과민반응"

"반중 매파 압력에 올바른 판단 못 해"
바이든 대통령, 관계 악화 우려에는 선 그어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한 서방의 우려와 비난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하며 상황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미군의 격추 행위를 두고 현지 언론은 위기관리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사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미국의 위기 대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무례한 사건 처리는 중·미 관계를 탈선시킬 위험이 있는 도발이며, 결국 그 무모함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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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자국 영공에 진입한 풍선을 포착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4일 F-22 스텔스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 국방부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3차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 차례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했지만 탐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확인했다. 뒤이어 콜롬비아에서도 해당 정찰 풍선이 목격되면서, 독일 정부 역시 실태 확인에 나서며 주요 협력국과 대응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에 대해 "민간 비행선의 미국 영공 진입은 불가항력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사고"라면서 "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며 왜곡이나 재확산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 같은 사실을 무시하고 군사력을 남용해 민간비행선을 격추한 것은 과잉대응이자 국제법 정신과 관행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늘 국제법을 짓밟고 다른 나라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침범해온 것은 미국이라는 것은 역사가 입증한다"며 "미국 측이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심지어 무력 공격까지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핵심은 '반중 정서'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있다고 보고 있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GT에 "풍선은 무해한 민간 비행선일 뿐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약한 대응에 대해 공화당이 비난할 것을 두려워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쑨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 역시 이 매체에 "바이든 행정부가 반중 매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반중 정서를 조장하고, 교류에 더 많은 걸림돌을 만들어 결국 양국관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중국과 관련된 더 많은 문제가 미국 내 정치 무대로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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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미·중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중국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했고, 그들은 우리의 입장을 이해했다"면서 "우리는 옳은 일을 했고, 이는 (관계) 약화냐 강화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태로 중국의 무책임한 행동을 미국과 전 세계가 볼 수 있었다며 "이번 중국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초 방중 예정이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앞서 정찰 풍선을 이유로 출발 당일인 3일 중국 방문을 전격 연기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일 저녁 예정된 국정연설에서도 중국의 정찰 풍선과 관련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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