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수단체 분향소 접근금지' 유가족 요구 기각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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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법원이 보수단체의 이태원 분향소 접근을 금지해달라는 참사 유가족들의 요구를 기각했다. 유가족의 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이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가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낸 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아울러 분향소 반경 100m 이내에 방송이나 구호 제창, 현수막 게시 등을 막아달라는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신고된 집회를 분향소 설치를 이유로 금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광장의 특성, 집회 및 분향소 설치 경위 등에 비춰보면 협의회의 추모감정(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이 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협의회가 광장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태원광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는 거주자와 상인 등 일반 시민들도 가진다"며 "오로지 유가족이나 추모객들이 경건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고인을 애도할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분향소 인근 현수막이나 신자유연대 측이 발언한 비속어도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자유연대가 설치한 현수막이나 발언의 주된 내용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들이나 유가족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9일 협의회는 신자유연대가 추모감정을 훼손하는 행위를 이어간다며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자유연대는 유가족들을 모욕하거나 비방한 적 없으며 먼저 이태원광장에서의 집회를 신고하고도 분향소 설치를 위한 공간을 양보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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