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청렴도 31위에 "아직 긍정 인식 못해"

오랜 부패지수 개선 노력 평가 못 받아 "공정한 법치 실현 실패 원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최근 6년 간 연속 상승세, 큰 의미" 평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아직은 대한민국에 대해 전폭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세계 평가기관과 평가 컨설턴트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부패 수준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63점으로 180개국 가운데 3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7년 54점(51위), 2018년 57점(45위), 2019년 59점(39위), 2020년 61점(33위)으로 상승하다 2021년 62점(32위), 지난해 63점(31위)으로 상승세가 다소 완만해졌다.


덴마크가 90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뉴질랜드가 87점으로 공동 2위, 노르웨이가 84점 4위, 싱가포르·스웨덴 83점 공동 5위, 홍콩 76점 12위, 일본 73점 18위, 대만 68점 25위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소말리아가 12점으로 180위로 최하위, 시리아·남수단 13점 공동 178위, 베네수엘라 14점 177위였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패영향평가 개선 권고 실적 및 이행현황' 등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패영향평가 개선 권고 실적 및 이행현황' 등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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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8년 부패방지권익위법 제정,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2016년 청탁금지법, 2020년 공공재정환수법, 2022년 이해충돌방지법 도입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반부패 제도를 완비해왔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당초 정부의 목표치는 20위권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가청렴도 순위 20위권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오랜 노력에도 부패지수 개선에 속도감이 없는 이유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공정한 법치 실현의 실패,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치외법권적 선민의식과 도덕적 불감증,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전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반부패 노력을 지속해서 경주하고 국민들이 합심해서 큰 노력을 하지만 세계 평가기관과 평가 컨설턴트들이 아직은 대한민국에 대해 전폭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이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정치권과 공직사회 부패 의혹, 민간 분야의 부패도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민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에서 그런 노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이 터지면서 부패지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부터 최근 6년간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부패인식지수(CPI)는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공공 및 정부 부분의 부패를 인지하는 국가 청렴도에 대한 지수다. '부패지수'라고도 하는데, 100점 만점으로 측정해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수준이 낮음을 나타낸다.


CPI를 측정하는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의 개념에 대해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수치로 그 나라의 부패 수준을 평가하는 이유다. CPI는 정치적으로 선진국인지 비교하는 척도인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 프랑스 RSF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와 함께 그 나라의 부패, 민주주의, 언론자유를 평가하는 3대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CPI가 1점 상승할 경우, 서울시립대학교 반부패시스템연구소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과 25% 상승한다"고 했고, 한국행정학회는 "1인당 국민소득 4713달러 상승한다"고 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중요 지수로 인정받고 있다.


권우덕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부패개선 노력이 국제사회에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제도적 정비가 됐지만,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됐고, 그동안 존재했던 관행 등이 개선되면서 새롭게 평가받고 개선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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