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 협착 환자 희망 키우는 '타비' 시술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박덕우, 안정민 교수가 80대 환자에게 타비 시술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박덕우, 안정민 교수가 80대 환자에게 타비 시술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가슴을 절개하는 개흉수술 대신 최소절개로 인공판막을 집어넣어 대동맥 판막을 교체하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 타비)'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심뇌혈관 중재 시술 가운데 최고난도로 꼽히지만, 시술 시간이 짧고 환자의 통증이 적은 데다 입원 기간도 단축한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 국내에서 타비 시술을 최초로 시행한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해에만 300례를 넘어섰다.


개흉 없이 판막 삽입…환자 예후 좋아

판막은 심장이 온몸에 피를 흘려보내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화에 따라 판막도 닳는다. 실제 판막질환은 75세 이상 어르신 중 3~4%가 앓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화된 대동맥판막 때문에 판막이 좁아져 혈액 이동에 장애가 생기며 발생한다.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 증상이 발생하고 급사할 위험이 크다.

타비 시술은 고령이나 수술 위험성이 큰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가슴을 열지 않고 판막을 삽입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이다. 허벅지 동맥혈관을 통해 심장판막에 도달한 뒤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 기존 판막을 대체할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고정한다. 개흉수술과 비교해 환자 예후가 좋지만, 그만큼 어려운 시술이다. 대동맥판막 환자의 검사와 진단, 시술, 회복까지 전 과정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병원의 시스템과 인력의 숙련도가 갖춰져 있어야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2010년 3월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최초로 시행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은 2021년 5월 아시아 최초로 타비 시술 1000례를 달성했고, 지난해까지 총 1458례를 시행했다. 특히 작년에만 303건의 시술에 성공해 국내 처음으로 300례를 돌파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타비 시술을 가장 많이 하는 미국의 10여개 대규모 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타비 시술 환자의 평균 재원 기간은 4일 내외로 짧고, 환자 평균 나이가 약 80세인 고위험군임에도 최근 5년간 시술 성공률은 99%를 보였다.


고령·고위험군 급여 확대…부담 줄었다

타비 시술은 앞으로 국내에서 더욱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고령 및 고위험군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기존 80%에서 5%로 낮아졌다. 중위험군은 50%, 저위험군은 80%를 부담한다. 실제 급여 확대는 고령 환자의 시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급여 고시 전 서울아산병원의 타비 시술 환자의 평균 연령은 79.3세였지만, 이후 80.6세로 단기간에 평균 연령이 1세 이상 높았다. 지난해 시술자 중 최고 연령은 96세였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해에 300건의 타비 시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검사와 진단, 시술과 회복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최초·최다 타비 시술을 하며 쌓아온 독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이 어렵거나 비침습적인 타비 시술을 원하는 고령의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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