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 좀 가볍게 하라니깐" 성균관 유생들도 일침

간소해지는 설 문화…간편식·밀키트 인기
고향에서 차례 안 지내고 해외여행가기도

#주부 고은선씨(55)는 이번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거의 준비하지 않았다. 고씨는 "예전에는 명절에 친척들이 많이 오고, 많이 도와줘서 음식 준비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명절을 보내러 오는 친척들이 줄어들었다"며 "이번 설 연휴도 소규모 인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적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차례가 자연스레 간소화된 것 같다"며 "준비해야 할 음식 가짓수도 줄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반찬 가게에서 제수 음식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명절 신(新)풍속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조상을 기리기 위해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명절을 편하게 쉬면서 보내려는 이들이 늘었다. 가족끼리 친척 집을 방문하는 대신 여행을 가거나, 차례를 간소화하려는 분위기도 이어졌다.

"차례상 간소화 필요하다"…간편식 밀키트 각광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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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차례상 간소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간편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하면 재료 준비 등 번거로운 과정 없이 명절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 고물가 속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간편식 차례상이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0대 직장인 강모씨는 "굳이 차례나 제사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우리가 매일 밥 한 끼 해 먹는 것도 힘든데, 차례상에는 보통 더 좋은 음식을 정성껏 내놓는 경우가 많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음식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간소화 돼야 한다"며 "다음 세대는 이런 문화 자체가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실제로 차례상은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쿠르트가 자사 회원 8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7%가 올해 차례상 상차림 준비에 대해 "간소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가사노동 부담을 덜기 위해서(47.6%) ▲고물가 영향으로 재료비 부담(44.0%) ▲직접 만듦보다 빠르고 효율적(37.6%)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제사를 아예 생략하고 여행을 택하는 이들도 나온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 중인 김모씨(27)는 이번 설 연휴를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했다. 김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기간이 명절밖에 없다"며 "친척들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성균관 "설에 전 안 부쳐도 된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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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등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설 차례상에 대해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편하게 고르면 되고 힘들게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인제 그만두셔도 된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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