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드레스 아닌 '쓰레기 드레스' 입은 미스 유니버스는 왜

국제 미인대회 출전한 태국 '안나 수앙암'
"무가치하다 여겨지는 것에도 아름다움"
어린시절 쓰레기 수거원 부모님과 자라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 가운데 최고의 미인을 뽑는 국제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에 이색적인 도전자가 나타났다. 쓰레기를 엮어 만든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나선 태국 여성 안나 수앙암(24)의 이야기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71회 미스 유니버스 예선 대회에는 태국 출신 안나가 참가했다. 당시 안나는 빛에 반사되는 특수한 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드레스의 소재는 고급 옷감이 아니었다. 버려진 알루미늄 캔의 상단 꼭지 부분을 엮어 만든 옷이었다. 안나는 왜 고급 드레스가 아닌 이런 옷을 입고 미인 대회에 출전했을까.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챔피언인 안네 짜끄라퐁 짜끄라쭈타팁(왼쪽)이 미스 태국 안나 수에앙감이암에게 임팩트 웨이브 리더십상을 수여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챔피언인 안네 짜끄라퐁 짜끄라쭈타팁(왼쪽)이 미스 태국 안나 수에앙감이암에게 임팩트 웨이브 리더십상을 수여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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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이에 대해 "어린 시절의 익숙한 환경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며 "어린 시절 쓰레기를 수거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내 삶은 쓰레기 더미와 재활용품들과 함께했다"라고 회상했다.


태국 방콕의 빈민가 출신인 안나는 부모님을 도와 쓰레기를 수거하며 학비를 벌었다. 끼니는 지역 수녀들이 남긴 음식으로 해결했으며, 매 학기 헌혈을 통해 생활비를 벌었다. 학창 시절 급우들로부터 "쓰레기의 여왕"이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안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인 대회 우승을 목표로 노력한 결과, 그는 태국을 대표하는 '미스 타이'로 선발됐고 이후엔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됐다.


안나는 "많은 사람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실제로는 그 자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라며 "그래서 의도적으로 음료수 캔으로 드레스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캔 꼭지 드레스는 태국의 '매니라트'라는 브랜드가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료 캔 꼭지 수백개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연결해 의복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관련, 안나는 "세상 모든 것에는 항상 좋은 면이 숨겨져 있다"라며 "이 옷의 가치를 알아보고 의미를 이해해줘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안나는 이번 미스 유니버스 16강에 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임팩트 웨이브 리더십' 상을 받으면서 유종의 미를 남길 수 있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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