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직서 낸 나경원에 강력 대응…새정부 장관급 첫 '해임' 결정

나 전 의원사의 표명에 미온적 반응이었지만
순방 앞두고 계속된 잡음에 해임 결정 해석
사의 밝히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직도 해임
곧장 후임 인선 내정도 발표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대통령실이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동시에 해임했다. 3년 임기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한 지 만 3개월이며, 윤 대통령이 장관급 공직자를 해임한 첫 사례다.


애초 윤 대통령이 이달 14~21일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다보스포럼 순방 준비로 인해 나 전 의원 사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계속된 잡음이 순방에 영향을 끼칠 것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으로 해석된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나 전 의원을 저출산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신임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김영미 현 상임위원, 신임 기후환경대사에 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내정했다"며 "김 상임위원은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문제, 사회 복지 분야에 대해 촉망받는 학자, 조 교수는 탄소 중립과 환경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 인정받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두 내정자는 다음 주 열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 심의 거쳐서 순방 중인 UAE에서 재가하는 것으로 정식임명 절차 밟게 된다.

대통령실은 그간 나 전 의원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사의를 표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는 취지로 부인해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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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의원 측이 이날 오전 저출산위에 사직서를 제출했을 당시에도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 때문에 세일즈·경제외교로 규정한 이번 순방을 앞둔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문제에 최대한 휩쓸리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해임 결정은 나 전 의원의 일련의 행보로 인해 정치적·정책적 논란이 야기된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지난 5일 저출산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출산 시 대출 탕감' 정책을 제안한 것을 두고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안상훈 사회수석이 다음 날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과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전면 부정했지만 나 전 의원이 뜻을 굽히지 않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해촉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돼온 나 전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 해석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정책 문제라며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나 전 의원 사태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차기 대표 '출마 예고'로 사실상 받아들여지면서 윤 대통령은 결국 해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직서 수리가 아닌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을 선택하면서 정치권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나 전 의원이 사의를 밝히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에 대해서도 해임 결정이 내려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다양한 해임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입장 이외에는 다른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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