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세네카, '철학자의 위로'<5>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한다.
세네카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을 존재론적으로 사유하는 철학자가 되길 권한다. 우리 곁을 떠난 사람은, '영혼을 묶은 사슬이며 그림자일' 뿐인 육체의 집으로부터 벗어났다고 말한다. '혼란스럽고 잡다한 것들을 떠나 순수하고 빛나는 것에 도달하는' 그때가 바로 '영원한 안식'이다. 글자 수 102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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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아 있는데 당신이 뭔가에 슬퍼한다면, 당신의 행운을 배반해 별로 감사하지 않는 것이지요. 또한 아주 현명하고 충성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제는 확실한 치료법이 아니라 더 친숙한 치료법을 보여 드릴게요. 당신이 언제든 집에 틀어박혀 있다면 그때는 슬픔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당신이 수호신을 바라보는 한 슬픔은 당신에게 접근할 수 없으며, 당신 안의 모든 것을 카이사르가 지켜 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에게서 멀어지면 기회가 왔다는 듯 당신이 혼자 있기를 노리다 당신 마음속으로 조금씩 기어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시간이 빌 때 항상 몰두할 일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 당신이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랑하던 책에게 보답하라 하세요. 책에게 당신이 책의 사제이자 숭배자라 주장하세요.


인류에게 훌륭한 일을 남긴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가 당신 옆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세요. 작품을 썼을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알려졌다는 점에서, 당신은 모든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훌륭한 일을 한 것입니다. 당신이 그들의 작품에 들이는 모든 시간은 안전할 거예요.


그때 카이사르의 업적을, 모든 세대에 걸쳐 그 집안의 자랑거리가 되도록, 시인이 쓰는 것만큼이나 찬사를 담아 쓰세요. 그 자신이 훌륭하게 큰 틀을 짜고 기술하는 일들과 소재와 예시들을 줄 것입니다.

평소 당신이 잘 하는 대로 희극과, 로마의 작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아이소포스(이솝) 우화 같은 이야기를 묶어보라 하지는 않을게요. 그렇게 강하게 얻어맞은 마음이 그토록 빨리 이런 가벼운 일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지요. 하지만 만약 진중한 글에서 가벼운 글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용기를 얻어 원래 자기 자신으로 돌아왔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진중한 글들에서 다룰 진지함은, 계속 괴로워하고 속으로 비탄에 잠긴 사람을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거예요. 반면 편안한 모습으로 다뤄야 하는 가벼운 글들은 마음이 원래 자신을 완전히 회복하지 않으면 견뎌 낼 수 없답니다. 그러니 진지한 주제로 먼저 연습해 보고, 다음으로 재미있는 주제를 시도하세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이세운 옮김, <철학자의 위로>(민음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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