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세네카, '철학자의 위로'<3>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한다. 오늘의 필사 예문은 고대 로마시대 철학자 세네카가 아들을 잃고 수년째 슬퍼하는 마르키아에게 보낸 편지다. 세네카는 "인간이 통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불행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저마다의 (인생의) 끝은 정해져 있다. '더 오래 살았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의 짐을 이제 내려놓으라"고 위로한다. 글자수는 102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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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날들이 오래 지날수록 고통을 사그라들게 합니다. 아무리 완강하고 매일 샘솟으며 치료책을 써도 더욱 날뛰더라도, 광포함을 누그러뜨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시간이라는 것이 그 힘을 무력화합니다.


당신에겐 아직 남아 있잖아요, 마르키아. 여전히 거대한 슬픔 말이에요. 이제는 굳은살이 되어 처음처럼 격렬하지는 않지만 완고하고 단단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또한 세월이 조각내어 없앨 겁니다. 당신이 다른 걸 할 때마다 마음은 풀어질 거예요.

지금은 당신 자신이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슬퍼하도록 놔두는 것과 그러라고 명령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슬픔이 사라질 날을 기다리기보다 사라질 날을 직접 만드는 것, 그것이 오히려 당신의 우아한 성정과는 더욱 잘 맞아요! 당신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고통이 그칠 날을 기다리지 마세요. 저 고통에게 스스로 안녕을 고하세요.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왜 자연이 명령하지 않고는 그토록 통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불행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하니까요. 자신은 결코 불행을 당하지 않을 것이며 남들보다 평온한 길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할 뿐,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보면서 그 불행이 모두에게 공통된 것임을 떠올리지는 못하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집 앞으로 그토록 많은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데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그토록 많은 가슴 에이는 장례식이 있지만 우리는 어린아이들이 어른이 될 날을, 군 복무와 선대로부터의 유산 상속을 마음속으로 고민합니다.

그토록 많은 부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눈앞에서 가난으로 몰락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재산도 마찬가지로 위태롭게 놓여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절대 하지 않지요. 그러니 당하는 것이 그렇게 뜻밖의 일일수록 우리가 더욱더 몰락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들일수록 아주 천천히 일어나는 법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향했던 타격을 앞에 두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찌른 바로 그 창이 당신 주변을 스쳤음을 당신이 알게 될까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이세운 옮김, <철학자의 위로>(민음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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