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최근 A(56) 씨는 딸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기에서 "친구가 사채 돈을 빌렸는데 보증을 서줬는데 창고 같은 데로 끌려왔다"는 울부짖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곧 전화를 넘겨받은 남성은 "아버님이 3500만원을 대신 갚으면 바로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놀란 A 씨는 돈을 보내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아내의 신고로 온 경찰이 보이스피싱임을 알려 피해를 막았다.
탈취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족·지인의 전화번호와 유사하게 번호를 바꿔 피해를 주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발신 번호를 거짓 표시한 국제전화로 피해자를 현혹한다. 보이스 피싱은 불법적으로 개인의 금융 정보를 빼내 범죄에 사용하는 범법 행위다. 음성(voice)·개인 정보(private data)·낚시(fishing)를 합성한 용어다.
김 씨와 같은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로 인한 이용자의 피해 예방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한다고 11일 밝혔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이동통신사업자는 국제전화 식별번호 또는 009(별정통신사업자의 국제전화 식별번호)가 삽입된 문자 메시지의 발신 번호를 제공하는 경우 해당 문자메시지에 국제전화임을 안내하는 문구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이동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전화 통화를 연결하기 전 "국제전화입니다"라고 음성으로도 안내해야 한다. 올 상반기 안에 시행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가 기술 개발을 마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삼성·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협의해 전화번호 일부분만 일치해도 저장해 놓은 이름이 뜨는 문제를 개선했다. 전화번호 8개 모두 일치할 경우만 저장된 이름이 나오도록 조치했다. 또 제조사들에게 해외에서 전화가 오면 한글로 '국제전화'라고 표기되도록 했다.
전화번호를 변조 발신하는 변작 중계기 사용도 막는다. 변작 중계기는 심박스보다 휴대전화가 많이 이용된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8∼10월 경찰청이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대포폰 적발 대수는 2만30건, 변작 중계기는 5231건이었다. 대포폰 적발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규모이며, 변작 중계기 적발 대수는 2624% 증가했다.
대포폰 대량 개통을 막기 위해 이동 통신사는 대포폰, 보이스피싱 등 불법행위 이력이 있는 명의자에게 일정 기간 휴대전화 신규 개통을 제한한다. 대포폰 개통 비율을 보면 알뜰폰이 70%로 높다. 선불폰 유심칩 이용 비율은 63%다. 금융 공공기관이 발송한 문자를 수신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심 마크 표시 서비스도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유효성 검증시스템 구축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효성 검증시스템'은 발신 번호를 등록할 때 번호의 실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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