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원로들, '내홍' 누리호 주역들 꾸짖었다

전직 원장 6명 공동 호소문 발표
"외부에 기득권 유지 등으로 비춰"
"지금은 새 발사체 개발에 노력할 때"
"젊은 연구원들에게 책임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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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항우연)의 발사체 개발 조직 개편을 둘러 싼 내홍에 대해 전직 원장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세계적으로 재활용 발사체 개발 등 우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한 상태에서 일부 연구자들이 누리호·다누리 등의 성공에 빠져 소명을 잊어 버린 것 아니냐는 뼈아픈 일침이다.


홍재학, 장근호, 채연석, 이주진, 김승조, 임철호 등 은퇴 항우연 전직 원장 6명은 6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항우연의 발사체 개발사업과 관련해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잡음이 주요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고정환 전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등 누리호 개발 관련 주요 보직자들이 지난 연말 사업본부 해체 및 연구소·팀 체제 전환에 반발하면서 보직을 사임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전직 원장들은 "누리호의 감동적인 발사 성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논란으로, 앞으로 세계 수준의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지장이 생길까 해서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스페이스X의 재개발 발사체 개발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우주 기술이 거대 산업화되면서 미국·중국 등 주요 강국간 우주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도 새로운 발사체, 달착륙선, 다양한 차세대 위성개발 등을 통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4차 우주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직 원장들은 특히 일부 연구자들의 보직 사퇴 등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시점에 일부 연구자들이 조직의 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부에는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듯하게 비춰지는, 조직 내부의 논란을 언론으로까지 끌고 와 국민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세계 발사체 개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향상된 로켓을 개발할 것인가로 열띤 내부 논의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직 원장들은 이어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 책임자 기용 확대 등 새로운 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항우연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변화를 제안해 본다. 연구원 전체 연구개발조직의 여러 책임자를 젊은 연구원들을 더 많이 기용할 것을 건의한다"면서 "젊은 연구원들은 최신 발사체나 인공위성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IT 등 최신기술 적용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연구 동향에밝아 최신 경향의 기술을 접목한 도전적인 연구 목표를 잡고 매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우연이 20년 전만해도 젊은 조직이었지만 지난 10년간 정체되면서 연구자 평균 연령이 급속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직 원장들은 "현재의 원로급 연구원들은 초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노력하면서 연구원을 현재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이들의 노력을 존경하면서, 이제는 젊은 연구원들이 앞장서서 주역이 될 시기가 되었다"면서 "많은 젊은 연구원들은 어릴 때부터 항공기, 위성, 발사체의 연구개발을 본인의 평생 꿈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공고한 조직 속에서 시들지 않고, 활기차게 그들의 꿈 그리고 국가의 꿈이 같이 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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