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노조 경영' 무너진 빅테크..MS도 노조(종합)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빅테크들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깨지고 있다. 아마존·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창립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내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형성된 근로자 우위 문화와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진 영향이다. 동시다발적인 당국의 규제 압박에 노출된 상황에서 노조 설립 등 내부 갈등이 겹치면서 올해 빅테크들이 시련의 한 해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MS의 자회사인 게임업체 제니맥스의 근로자들이 노조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고 미국통신근로자노동조합(CWA)이 밝혔다. CWA는 메릴랜드·텍사스 등 4곳에서 근로자 총 300명 중 과반이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집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사업장에서 MS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노조 결성은 제니맥스에서 게임 품질 테스트를 하는 직원들이 주도했다. 이 노조는 미국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노동자 조직이 될 전망이다. 2021년 MS에 인수된 제니맥스는 MS에 인수되기에 앞서 노조 설립 운동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노조 설립을 인정하기로 합의하고, 곧 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노조와의 단체협약 제정을 위한 교섭이 잘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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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에 우호적인 MS의 움직임은 노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다른 빅테크와의 행보와 대비된다. 리스 셸튼 CWA 회장은 "MS는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며 "다른 비디오게임 업체나 기술 대기업(빅테크)들이 노조 결성 움직임에 대항해 직원들을 공격하고, 조직적으로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공정성을 훼손하는 선택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애플과 아마존도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를 출범시켰지만, 노조 출범에 반대하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미국 내 첫 노조를 결성해, 미 최대 산별 노조 중 하나인 국제기계·항공우주 노동자연합(IAM)에 가입했다. 미국 270여 애플스토어 중 조지아·애틀랜타 등 24개 매장에서도 노조 결성이 추진되고 있어 노조 설립 움직임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는 지난 4월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첫 물류창고 노조가 설립된 이후 현재 창고와 배달 인력을 중심으로 노조 결성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개적인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등 사측의 조직적인 방해에 노조 설립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가 결성되면 직원들의 권한이 줄어들 수 있다"며 "노조가 없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노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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