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빅테크 키워드는 '대학살'…성장 둔화·경쟁 심화로 점철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대학살(carnage)'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 5곳이 올해 처한 상황을 두고 나온 언론의 평가다. 코로나19에 따른 대호황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기술 기업이 직격탄을 맞은 여파다. 미국 S&P500 지수가 올해 초부터 지난 23일(현지시간)까지 19.3% 하락할 동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30% 이상 폭락하며 기술 기업들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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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테크 5대 기업' 시가총액 3800兆 날아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빅테크 기업 5개의 시가총액은 1년 새 3조달러(약 3825조원) 이상 사라졌다. 시총 규모가 가장 큰 MS의 경우 2022회계연도 2분기(2021년 10~12월) 2조5224억달러에 달했으나 지난 23일 기준 1조7796억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1조7000억달러에서 23일 기준 8697억달러로 시총이 줄었다. 알파벳은 같은 기간 700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주가로 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애플은 26.6%, MS는 29.0%, 알파벳은 38.4%, 아마존은 48.9%, 메타는 64.9% 폭락했다.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하락폭이 S&P500 지수 평균인 20%를 웃돌았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메타는 시총이 지난해 4분기 9200억달러를 넘어섰으나 23일 기준 3095억달러까지 폭락한 상태다.


주가 폭락을 겪은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쏟아냈다. 코로나19 중 '대퇴사(Great Resignation)' 움직임을 만들며 고용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업계의 상황이 반전한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11월 우선 1만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을 밝혔고 내년에도 추가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도 직원의 13%를 해고했다. 애플은 지난 11월 향후 1년간 채용을 동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성장세 멈춘 빅테크, 왜?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이처럼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실적 악화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5개 기업이 지난해까지 10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5배나 되는 매출과 수익 증가율을 기록했고 코로나19 이후 더 큰 성장을 거뒀었다고 전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기술 기업들이 갑자기 올해 시장에서 털썩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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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선 수년간 성장세를 보여온 디지털 시장이 성숙해졌다. 대표적으로 메타, 알파벳 등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부문에서 기존 미디어인 신문이나 TV 등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올해 미국 내 광고 지출의 3분의 2가 디지털로 이뤄질 정도로 온라인의 비중이 이미 큰 만큼 전환에 따른 수익 증가가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메타는 지난 7월 광고 수익 감소 여파로 올해 사상 첫 분기 기준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기술 업계가 경쟁이 심화했다는 점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분석됐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만 봐도 기존 강자 넷플릭스 외에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애플, 아마존까지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메타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의 급부상에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했는데 그 배경에 구글의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투자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수년간 기술술 산업은 '집중된 시장'을 의미했다"며 "기술 회사들 간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주가 하락과 시총 감소로 이어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기술 기업은 현재의 가치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자가 오르면서 비용이 그만큼 증가하면 당장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애플이 중국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등 지정학적 위험 심화에 빅테크 기업들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 내년에 빅테크 반등 가능할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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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내년에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만큼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 등 잇따라 '허리띠 졸라매는' 정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 부문이 올해 폭락을 한 만큼 내년에는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인텔리전스는 "기술 부문이 아직 위기를 벗어나진 못했으나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투자사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 등도 내년에 가장 주목해야할 회사로 애플을 꼽았으며 MS와 세일즈포스가 클라우드 부문에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웨드부시는 "내년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시 경제 환경 속에서 상황을 잘 다뤄낼 수 있는 경영 팀을 갖춘 회사가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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