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피성년후견인 공무원 당연퇴직’ 법 조항 위헌

다수의견 "사익의 제한 정도 지나치게 가혹"
반대의견 "국민의 신뢰 보호하기 위한 것"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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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공무원이 정신적 제약 등으로 인해 피성년후견인이 됐을 경우 ‘당연퇴직’해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옛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등에서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은 검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사망한 김모씨의 배우자와 자녀들로, 김씨는 2015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근무하던 중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심정지로 인해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업무 복귀가 어렵게 돼 2년 동안 질병 휴직을 했다.


김씨의 배우자는 병상에 있는 남편을 대신해 금융거래 등을 하기 위해 부산가정법원에 김씨에 대한 성년후견을 청구했고, 법원은 배우자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했다. 이후 김씨의 배우자는 남편의 뜻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그 과정에서 성년후견 개시 심판사실을 알게 된 검찰총장은 2018년 4월 명예퇴직 부적격 통지와 김씨가 피성년후견인이 됐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했음을 통지했다.


이에 김씨의 배우자는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남편이 당연퇴직하지 않았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피성년후견인인 공무원은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 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헌재는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71조 등에서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해 임용권자가 최대 2년의 범위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 휴직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때 직권면직 절차를 통해 직을 박탈하고 있어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성년후견이 개시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발생한 국가공무원의 경우와 비교할 때 사익의 제한 정도가 과도하다"며 "성년후견이 개시됐어도 정신적 제약을 회복하면 후견이 종료될 수 있고, 법원에서 성년후견 종료심판을 하는 사실에 비춰봐도 사익의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공무원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확보하며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피성년후견인이 됨과 동시에 국가공무원을 당연퇴직 되도록 한 것은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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