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은행의 예대금리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비이자이익 감소와 대손비용 확대로 전체 은행권의 당기순익 자체는 감소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이자수익률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경신하는 추세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당기순익은 1년 전보다 8000억원 줄어든 15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세부은행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큰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9조3000억원에서 10조5000억원으로 당기순익이 늘었다. 지방은행 역시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인터넷은행이 18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감소했고, 특수은행이 6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성장세는 이자수입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올 3분기 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3조7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20.3%) 불어났다. 대출채권과 같은 운용자산이 10.5%(293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자수익자산은 지난해 3분기 2784조5000억원에서 3078조원으로 확대됐다. 금리상승에 힘입어 순이자마진(NIM)까지 0.15%포인트 개선된 1.59%로 나타났다.
특히 예대금리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대출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변동상품 금리가 곧바로 오르지만, 예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요구불·수시입출금의 금리가 천천히 상승한다. 예대금리차는 2020년 1.78%, 지난해 1.81%에서 현재 기준 2.13%까지 치솟았다. 이자수익률은 3.57%로 지난해 3분기 2.54%와 비교하면 1%포인트 넘게 차이 난다.
손익비율도 마찬가지다. 국내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8%로 전년 동기(0.68%) 대비 0.10%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는 특수은행이 0.78%에서 0.49%로 줄어든 영향이다. 일반은행의 경우 0.62%로 전년과 동일하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전체 국내은행은 8.76%에서 8.10%로 감소세지만, 일반은행들은 8.80%에서 9.56%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비이자이익의 경우 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6조1000억원에서 72.9%(4조5000억원) 대폭 줄었다. 유가증권관련련 부문에서 2조1000억원이 빠졌고, 수수료이익이 3000억원 감소했다.
대손비용의 경우 4조1000억원으로 전년 2조4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71.8%) 확대됐다. 2분기 대손충당금 산정방식을 바꾼 결과다. 금유당국은 지난 6월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대손충당금을 산정할 때 쓰는 ‘미래전망정보’ 산정방식을 개선했다. 이에 신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났다.
국내은행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18조1000억원으로 전년 17조5000억원에서 6000억원(3.5%) 증가했다. 인건비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물건비가 6000억원 많아졌다.
영업외손익은 31억원으로 전년 1조원에서 99.7% 쪼그라들었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며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현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자본 비율이 취약한 은행에 대해서는 자본 관리 강화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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