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출산율 원인이 젊은 여성의 음주? … 폴란드 집권여당 대표 실언으로 뭇매

야당·시민사회 반발 “폴란드 여성에 대한 모욕, 현실 몰라”
낙태에 가장 엄격한 나라 … 지난해 대규모 시위 벌어지기도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집권여당 '법과 정의당' 대표. 사진=AP연합뉴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집권여당 '법과 정의당' 대표.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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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폴란드 집권당 대표가 낮은 출산율 문제를 두고 실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 사이에서는 "폴란드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PiS)' 총재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성숙해야 하므로 아주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며 "25살 이전의 여성이 술을 마시는 것은 임신 문제로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낮은 출산율의 책임을 젊은 여성의 알코올 섭취로 돌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카밀라 가시우크-피호비츠 의원은 "이는 폴란드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또 알렉산드라 가예프스카 의원은 카친스키에 대해 "무자비하고 비열한 냉소주의자인가 아니면 정신병자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와 비평가 사이에서는 음주가 오히려 출산율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며 "평생 독신이었던 73세의 카친스키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국민의 대부분이 가톨릭교도인 폴란드는 낙태에 가장 엄격한 나라로 꼽힌다.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이자 폴란드의 실권자로 불리는 카친스키와 그가 이끄는 강경보수 성향의 PiS는 폴란드의 낙태 규제를 강화해왔다. 결국 2020년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태아 장애 등 선천적 결함에 의한 낙태가 헌법을 위반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폴란드 여성들은 임신 중 생명이 위험하더라도 낙태를 하는 것을 꺼리면서 임신을 피하고 있다. 폴란드 출산율은 2020년 1.38명으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폴란드의 엄격한 낙태 규제에 따른 피해는 전국적인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폴란드 남부 프슈치나의 한 병원에서 임신 22주 여성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시민단체 등은 당시 의사들이 낙태를 즉각 시행하지 않고 "지켜보며 기다린다"는 선택 탓에 여성이 생명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바르샤바, 포즈난 등 대도시와 PiS 당사, 카친스키의 집 앞에서 수많은 인파를 동원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내 몸은 내가 다룬다” “여성 투쟁” 등을 외치며 낙태 규제에 반발했다. 당시 카친스키는 야당을 향해 “당신들이 지지하는 시위로 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있다"며 "폴란드가 법치주의 국가라면 당신들 중 상당수는 벌써 감옥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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