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이재명 지분 있다"… 檢, 베일 싸인 천하동인 1호 '그분' 밝히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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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하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검찰이 이번엔 밝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약 1년간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부분에 관해선 답보 상태였지만 최근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민간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연관성을 폭로하고 나서서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에서 '천하동인 1호' 실소유주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다. 남 변호사가 공판에서 민간사업자의 보통주 중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고 김만배씨에게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재점화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가 심리한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서 대장동 수익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를 직접 신문하며 2015년 2월 또는 4월에 "김만배 씨가 내게 '(사업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앞선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사업자가 큰 이익을 얻도록 설계되는 과정의 최종 책임자로 이 대표를 지목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지난 24일 재판에서 정 회계사를 상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의 실질적 결정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아니었느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변호인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건설사를 배제하는 결정이 성남시청 또는 성남시장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것 아니냐",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공원화(제1공단 근린공원)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을 전해 듣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그때 당시는 몰랐지만, 최근 재판 과정에서 알았다.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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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 초기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도 이 대표의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대화들이 등장한다.


남 변호사는 2013년 4월 17일 정 회계사와 토지수용 문제 등으로 대화하면서 유 전 본부장의 말을 전하며 이 대표를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전략) 포장해서 시장님(이재명)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네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 변호사는 같은 달 30일에도 "돈 받은 얘기에 대해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누구도 몰라야 한다. (중략) 대장동 사업은 성공을 해야 한다. 너도 이익을 극대화하고 시장님 재선을 위해서 어떤 식의 도움이 되는지 상의해서 조율하자"고 유 전 본부장이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한다.


같은 해 7월 2일엔 자신이 돈을 더 달라는 유 전 본부장에게 "숨 좀 돌립시다. 시장님 뭐 복잡하게 하십니까"라고 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한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네가 우리 쪽에서 하는 일은 광을 팔아주겠다. 시장님한테. 정진상이랑 김용이랑 다 상의했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이 함께 등장한다.


7월 25일에도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은 네가 마음대로 해. 저기 돈이나 좀 만들어줘"라고 요구했고, 이에 자기가 "형 100억인데, 형 쓰실 만큼 제가 보험 들어놓으니까 저도 좀 쓰고 형도 쓰세요. 나중에"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입이 귀에 걸리며 "네가 다 알아서 짜갖고 완판만 나한테 얘기해줘라. 내가 시장님한테 보고할 테니까"라고 했다고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말한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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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내용만으론 이 대표가 사건에 연관돼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모두 그 자리에 없는 제3자의 말이라며 전달한 것인데다 이 대표 측근들이 이 대표를 내세워 이들과 유착해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다만 앞으로 재판에서 관계자들의 폭로가 추가로 나오면 녹취록은 신빙성을 얻을 수도 있어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최근 쏟아내는 새로운 진술에 힘입어 의혹이 짙었던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현재는 김만배씨가 사실상 '바지사장'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자를 조사 중이다. 또한 검찰은 김용 부원장을 상대로도 연일 대장동 사업 과정의 관여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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