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게임과 소셜미디어, 교육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가 식품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식품산업과 만나면서 소비자들은 가상현실(VR) 기기와 증강현실(AR) 시스템 등을 통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외식의 분위기와 다양한 식품 기업의 체험 공간 등을 즐길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도 특정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고객들을 직접 관찰하고 패턴을 데이터화해 분석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품산업의 메타버스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타버스 산업 규모는 517억달러(약 73조원)로 집계됐다. 메타버스 산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4.5% 성장해 2030년에는 1조3000억달러(약 1848조원)까지 몸집을 불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산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식품업계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부터 메타버스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 상거래, 랜선 파티 등을 기획해 제품을 홍보하고 브랜드의 친숙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특별한 기기 없이도 각 브랜드의 가상 환경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협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가상의 브랜드 세계에서 직접 신제품을 만들어 보거나 제품을 테마로 한 게임을 즐기고 실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얻는 식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 ‘신라면 분식점’을 개설한 농심이 대표적이다. 농심은 지난 12일부터 이곳에서 소비자들의 취향대로 옵션을 선택해 라면을 끓여 먹는 가상체험을 제공하고,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옵션을 실제 제품에 적용해 내년 초에 한정판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컵라면을 즐겨 찾으며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10·20세대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신제품을 결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사내 교육 및 시스템 환경 개선에도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식품 안전·위생에 관한 교육을 가상공간에서 진행하거나 고객상담센터, 물류센터 등도 메타버스 기반의 환경을 구축해 비대면 근무 방식의 한계를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메타버스 식품 안전 교육장 ‘롯데메타에듀빌’을 열고 그룹사 식품 관리자를 대상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구축했다. 아워홈도 메타버스 오피스 ‘소마’ 내에 고객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물류센터도 메타버스로 운영해 24시간 고객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VR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식습관 개선에 도움을 주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심리적 문제로 발생하는 섭식장애인 거식증과 폭식증 등 비정상적 식품 섭취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향후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다이어트를 하는 일반 소비자도 이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AR 기술은 마케팅 외에도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주문 제작하는 식품에 적용돼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소비자는 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고, 시·공간의 물리적인 한계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도 메타버스 내 식당에 방문할 의향이 96.2%로 매우 높고 현실의 서비스를 가상세계에서도 즐기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 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메타커머스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향후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 제공했던 고객 경험을 가상공간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각색해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몰입도를 극대화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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