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의 외침'은 청각 장애인 혐오일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유머로 소비되는 게임
실제 청각 장애인의 소통 방식을 왜곡, 희화화할 우려
게임에 앞서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유튜브 '고요 속의 외침' 검색 결과 갈무리. 예능 프로그램의 '고요 속의 외침' 게임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고요 속의 외침' 검색 결과 갈무리. 예능 프로그램의 '고요 속의 외침' 게임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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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 '고요 속의 외침'에 대해 청각 장애인 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의 의도와 무관한 지나친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미디어의 장애 희화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고요 속의 외침'이 진행되는 방식은 출제자와 답변자가 있는 일반적인 제시어 맞추기 퀴즈와 같다. 가장 큰 특징은 게임 참가자들 모두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끔 음향을 크게 키운 헤드폰을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답변자는 출제자의 입 모양에만 의존해 설명을 이해하고 정답을 맞춰야 한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이 이어지거나 답답해하는 모습, 입술의 움직임을 과장하거나 고성을 내지르며 설명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한다. 유튜브에 '고요 속의 외침'을 검색하면 조회수가 1000만 회에 이르는 영상들이 등장할 만큼 이 게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용하는 '웃음 치트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고요 속의 외침'이 청각 장애인이 의사소통에서 겪는 어려움을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소리에 의존할 수 없어 구화(口話)를 습득해 소통하는 청각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각 장애인들은 '고요 속의 외침'에서 유머로 소비되는 요소가 자신들이 실제 의사소통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닮았다고 꼬집는다.


예컨대 게임에서 자신의 입모양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답답해하며 화를 내는 장면은 대화를 지켜보는 이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는 청각 장애인과의 소통에 익숙하지 청인(聽人, 청력의 소실이 없는 사람)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상황을 연상케 한다.

농인(聾人,청각에 장애가 있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유튜버 영+영은 '직관적 농인 시점 -고요 속의 외침 편' 영상을 통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상대에게 성질내기 △음절마다 입 모양을 과장해 말하기 △큰 소리로 말하기 등 게임에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고 꼬집었다. 자신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나쁜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청각 장애인에게는 상처가 되는 요소고, 그 상처를 비장애인이 가볍게 여긴다"며 "이것도 장애인 혐오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그럼 술래가 눈을 가리고 찾는 좀비 게임은 시각장애인 비하인가. 그렇게 치면 모든 게 다 문제"라거나 "애초에 비하하려고 만든 게임이 아니다. 안 그렇게 여기는 청각 장애인들도 있는데 무조건 혐오라고 말할 수 없다"며 게임을 왜곡해 이해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 누리꾼은 "게임이 청각장애를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부터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을 웃기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다. 게임은 게임으로 하되 평상시에 듣는 것이 어려운 이에게 화를 내거나 유머로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요 속의 외침 속 장애인 혐오에 대해 논쟁이 확산하는 것을 두고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게임 자체가 장애인을 특정한 것이 아닌 이상 참여자가 게임 중 장애인을 염두에 뒀는지 맥락과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누군가 불편함을 이야기했다면 그에 화를 내기보다 왜 불편할지 고민해보려는 지성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갈등이 아닌 상호 이해를 위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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