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7개월 만에 꺾였지만…정점은 '글쎄'(종합)

한은 "물가,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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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서소정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대로 내려오면서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 폭 둔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농산물과 개인서비스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대외변동성도 큰 상황이어서 물가 정점론엔 신중론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7% 올랐다. 이는 앞선 7월 물가 상승 폭(6.3%)보다는 0.6%포인트 낮은 수치다. 전월과 비교해 상승 폭이 꺾인 것은 지난 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다만 전체 상승 폭이 0.6%포인트 하락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한 점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지난달 초 예년보다 이른 물가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집중호우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던 탓에 채소류 가격이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27.9% 급등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은 78%나 급등했고, 호박(83.2%)·오이(69.2%) 등도 크게 올랐다.


정부가 7월 말부터 수입 쇠고기 등 축산물에 할당관세(0%)를 적용한 축산물 물가도 3.7%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7.0% 상승했다.

석유류의 경우 19.7% 올랐지만 30%대까지 치솟았던 그간의 추이를 보면 상대적으로 둔화한 모습이다.


국제유가 하락 덕에 공급 측 요인이 다소 주춤한 사이 개인서비스 등 수요 측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는 6.1% 올랐는데, 특히 외식 물가지수가 8.8% 뛰면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6.8%,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4% 각각 올랐다.


물가 등락이 대부분 국제유가와 같은 대외변수에 의존적이어서 ‘정점’을 찍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명절 성수기 수요 증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지속 잠재돼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모든 정책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근원물가는 7월 3.9%에서 8월 4.0%로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지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과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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