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기업공개(IPO)의 1차 관문인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최종 상장까지 완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년 동안 호황을 누렸던 IPO 시장이 올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골프존커머스와 제이아이테크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골프존커머스 공모예정금액은 707억~786억원, 제이아이테크의 공모예정금액은 259억~297억원이다.
국내 1위의 골프쇼핑 전문 기업 골프존커머스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골프 인구와 저변을 감안할 때 현 시점이 가장 양호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적기라 판단해 올해 상장에 나서게 됐다. 골프존커머스와 같은 그룹사인 골프존카운티도 지난달 상장 승인을 받아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남은 일정을 원활하게 마치면 최대주주 골프존뉴딘홀딩스는 한해에만 2곳의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보기 드문 기록을 남긴다.
전날까지 IPO 심사를 진행한 기업은 총 88개사(스팩 포함)이며, 이 중 승인을 받은 기업은 35개사로 집계됐다. 향후 시가총액,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가장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은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바이오노트, 골프존커머스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대어들이 최종 상장까지 완주해서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 철회와 지연이 다수 발생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요 예측 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긴급하지 않은 경우 상장 시기가 미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SK쉴더스,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상장을 철회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 불황에 쏘카는 눈을 낮춰 이전 자금 조달때 받은 기업가치보다 낮게 상장을 진행했고, SSG닷컴, CJ올리브영, 야놀자 등은 아예 내년으로 공모를 미루는 등 IPO 시장의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쏘카의 실패는 하반기 IPO 시장 부진을 예고하는 아픈 사례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으로 평가받던 쏘카가 공모 흥행에 실패 후 몸집을 40%가량 대폭 줄여 시장에 들어왔지만, 이후 분위기 반전 성공에는 실패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흥행에 모두 참패한 쏘카의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8600억원대 불과했다. 확정 공모가(2만8000원) 기준 시가총액인 9163억원보다 500억원가량 적은 규모였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대비 고평가 논란, 국내 렌터카 업체와 차별성 등을 둘러싸고 시장의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IPO 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상반기까지 총 50개 기업이 상장을 진행했으며, 16개의 스팩을 제외하면 34개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다. 코넥스 기업을 제외하면 48개 기업이 상장해 59개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달 말까지 기준으로 하면 스팩 제외, 총 44개사(코스피 3사, 코스닥 37사, 코넥스 4사)가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9개사가 상장하는 등 총 51개 기업이 시장에 입성한 것과 비교하면 14%가량 감소했다. 하반기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연간 기준으로도 상장 기업 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다만 IPO 시장 침체로 바닥 다지기가 계속 진행된다면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쏘카처럼 장외 가격보다 한참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을 시도하는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다시 IPO 시장에 (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현재 컬리, 케이뱅크 등 내로라 하는 유니콘들의 장외 시가총액이 반토막에서 많게는 3분의1 토막까지 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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