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tore Sottsass, Courtesy of Friedman Benda and Ettore Sottsass, 사진 = Erik & Petra Hesmerg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디자인은 삶이다. 디자이너가 일상에서 행복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을 이끌며 디자인계에 한 획을 그은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한국 첫 개인전이 페이지갤러리에서 개최된다.
‘휴머니즘&유머니즘’을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는 60여년에 걸친 에토레의 커리어 전반을 조명하기 위해 휴대용 타자기부터 캐비닛, 조명, 꽃병, 대형 파티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에토레 소트사스는 1970년대 후반 기능주의와 조형주의의 반대운동으로 일어난 이탈리아의 반디자인 운동(Anti Design)의 대표주자였다. 그는 기존의 기능주의에서 탈피한 감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디자인을 추구했다.
에토레의 디자인은 그가 결성한 디자인 그룹 `멤피스(Memphis)’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동시에 80년대를 풍미했던 포스트모던 디자인 운동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에토레는 이탈리아 미술은 물론 산업 디자인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렸다.
그는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일상에서 디자인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예술로 구체화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었다.
Cabinet no.79, 2006, Zebra wood, 232 x 213 x 53 cm. 사진제공 = 더페이지갤러리
타계 15주기를 맞은 그의 작품이 다시금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수년간 디자인계를 휩쓴 미니멀리즘에 대항하는 의미로 그의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이 소환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위트와 창의성은 인간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창적 작업의 발현이다.
인간다움에 대한 작가의 고찰은 그의 건축, 디자인을 통해 현실의 실천으로 표현됐다. 인간 자유의지에 대한 에토레의 예술적 고뇌는 휴머니즘이 반영된 독창적 작품으로 승화됐다. 이번 전시는 작품 너머에 숨겨진 그의 철학적 고민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전시 '휴머니즘 & 유머니즘'은 1960년대 그의 초기 작품들을 다수 소개한다. 호두나무 등 고급목재를 사용한 그의 초기작은 1980년대 멤피스 디자인 운동을 통해 밝은 컬러와 플라스틱 등 인공재료를 주로 사용했던 작가 스타일의 원형을 찾는 계기가 된다.
Storage partition from the Tufarelli Residence, Capri, Italy, 1965, Walnut, formica, and acrylic on canvas, 293 x 399 x 45 cm. 사진제공 = 더페이지갤러리
에토레 소트사스는 자신의 디자인 목표를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불행에 대처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 말하곤 했다. 이런 그의 성향은 곧 장난기 많고 재치 있으며 기발한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이자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1969년작 빨간색 휴대용 타자기, ‘발렌타인(Valentine)’이 공개된다. 발표 당시 획기적인 타자기 였던 발렌타인은 올리베티사(Olivetti)의 커미션을 통해 출시된 제품으로 상품의 기능성을 탈피하고 예술의 영역으로 접근한 소트사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상품과 예술 사이의 독특한 혼성성을 지닌 타자기로 그에게 황금콤파스상의 영광을 선사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멤피스 그룹을 만들기 전 그의 독창적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에토레 소트사스 고유의 작품 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에토레 소트사스 재단 관계자는 “소트사스는 자신의 분야를 재정의하고 사회 감수성의 주요 변화를 예견한 매우 드문 예술가 중 한 명이었다"며 "한국 관객과 컬렉터에게 에토레 소트사스의 60년 경력에서 중요한 챕터를 선보이게 되어 영광이고, 보기 드물고 희귀한 소트사스의 다양한 작품을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 이스트(EAST)관에서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진행되며 네이버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 예매 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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