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한민 감독 "이순신, 시대가 원하는 통합의 아이콘이죠"

'한산: 용의 출현' 27일 개봉
'명량' 이은 이순신 3부작
승리의 역사 스크린으로

김한민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이순신을 만난 건 운명이죠. 나라에 올곧고 충직한 장수이면서 백성과 가깝고, 임금과 백성의 중간 위치에 있죠. 화합·통합의 아이콘이 이 시대에 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민 감독은 신작 '한산: 용의 출현'으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흥행을 거둔 '명량' 이후 8년이 흘렀다. 엄청난 흥행을 통해 이순신 이야기를 잘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최다 관객수 1761만명을 모은 '명량'(2014)의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으로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용장(勇將)으로 분한 최민식에 이어 이번에는 박해일이 지장(智將)으로서 면모를 드러낸다.


김 감독은 "사전시각화 작업을 통해 촬영했다. 기존 콘티를 넘어 애니메이션 수준의 콘티를 구현했다. 통상적으로 일부 액션 장면의 경우 프리비주얼 작업을 통해 동영상 콘티 작업을 하지만, 그걸 넘어서 버츄얼 프로덕션을 통해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수준의 사전시각화 작업은 70%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자신했다.


"'명량'에서 이순신이 고독하고 불굴의 의지에 집중한 영화였다면 '한산'은 주변 장수들을 둘러싸고 도운 장수들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명량'에서 이순신이 불처럼 뜨겁고 격정적이었다면, '한산'에서는 물처럼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그러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요. 캐스팅을 달리한 지점이기도 하죠. 실존 인물이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올해는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이 430주년 되는 해다. 430년 전 위대한 리더였던 이순신이 지금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감독은 "이순신 장군은 정치적으로 가장 오염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왜 이순신에게 집중하느냐 물으신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과 화합의 아이콘이라는 지점을 짚고 싶어요. 이순신의 정신이 중요해요. 흔히 임진왜란을 7년간 조선과 일본이 싸운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조선 백성들은 전쟁을 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인식했죠. 이를 실천하는 핵심적 인물이고요. 중사(김성규 분)가 '나의 주군은 우리를 방패 삼기 바빴지만, 당신은 당신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 중요했다'고 하잖아요. 이후 조선 편에서 싸우는 장수가 됐죠. 격변의 근현대사를 지나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바로 그 코드가 있다고 보는 거죠. 당시 해전을 리마인드하고 이순신을 재평가해야 할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터뷰] 김한민 감독 "이순신, 시대가 원하는 통합의 아이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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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백미는 51분간 이어가는 해전 장면이다. 김 감독은 "보여주기식 해전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산대첩은 전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해전이다. 체계적인 진법과 정교한 유인술을 통해 화포사격과 첨단무기였던 거북선의 등장 등 왜군을 완벽하게 궤멸한 유일한 해전이었다. 자긍심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순신은 거짓 없이 정직하게 사람들, 부하 장수들과 소통하면서 전쟁을 수행하셨죠. 해전을 치열하고 엣지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자긍심의 문제도 있고, 그의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열심히 만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해일과 김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2007)·최종병기 활'(2011) 이어 3번째 호흡을 맞췄다. 15년 넘게 이어져온 인연.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갔다. 감독은 '한산'에서의 젊고 지혜로운 이순신에 자연스럽게 박해일을 떠올렸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이 과묵하고 말수가 적고 훌륭한 상황 판단능력과 안목을 지녔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이러한 리더를 부하들도 당연히 신뢰했을 것이고, '한산'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동했다. 광교산에서 왜군의 전투를 역이용하는 등 섬세한 지략능력을 가진 이순신을 표현하는데 박해일이 필요했다. 젊기도 하고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전투 장면의 사운드 활용도 돋보인다. 감독은 "한산해전을 가장 한산해전 답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본질적으로 고민했다"고 말을 꺼냈다. "긴박한 추격전, 구선의 등장 등 스케일과 드라마틱함을 쌓아가면서 음악을 리듬감 있게 사용했다. 긴장감을 형성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영화는 최초로 한국어 대사에 한글 자막이 삽입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분량 자막이 붙는다. 이례적 시도에 관해 물으니 감독은 "엄청난 고민 끝에 용기 낸 시도"라며 크게 웃었다.


"고뇌에 찬 결단이었어요. 전쟁의 밀도감을 높여야 했고, 이를 위해 사운드적인 에너지가 필요했죠. 그걸 대사 때문에 눌러버려야 하는 건데, 무슨 말인지 안 들린다는 원망을 듣기도 싫고. 본질에 충실하면서 생생한 전쟁의 밀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자막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전쟁 장면에 시도할 만할 필요가 있겠다, 용기 냈죠. 낯선 시도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노량'은 관객 반응을 본 후에 결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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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명량'의 최고 스코어를 깬 영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김 감독은 "진인사(盡人事)하는 게 중요했고, 그다음에 대천명(待天命)이라고 답변드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진인사대천명이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를 뜻한다.


"'명량'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들어갔는데 '한산'과 '노량'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CG 등 검증을 숱하게 거치느라 8년이 걸렸습니다. K콘텐츠가 주목받는 이 시대가 매우 소중하고 멋집니다. 할리우드와 한국영화의 차이는 공감대에 있죠. 장르와 공감대가 결합했을 때 큰 힘을 받지 않나. 앞으로 더 글로벌 콘텐츠로 롱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지점에서 '명량'도 관객들에게 전무후무한 사랑을 받았고, '한산'도 연장선에서 작품을 만들려는 소신과 철학이 담겼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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