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기업이 키운 첨단기술 자회사가 효자노릇

신용등급 강등 ·저평가 극복…모두가 부러워하는 자회사로 키워
"KCC·동화기업·일진그룹, 성공한 M&A 고평가…그룹 핵심기업 부상"

KCC, 충남 서산 대죽 실리콘 공장 전경. [사진제공=KCC]

KCC, 충남 서산 대죽 실리콘 공장 전경. [사진제공=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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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최근 미래 유망사업으로 전기·수소자동차 분야가 손꼽히면서 KCC와 동화기업, 일진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세 기업 모두 첨단기술로 전기·수소자동차의 필수 자재를 개발·생산하는 유망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KCC는 2019년 5월 미국의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동화기업은 그해 8월 파낙스이텍(현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을, 일진그룹은 2011년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용 저장용기를 제작하는 한국복합재료연구소(현 일진하이솔루스)를 각각 인수했다.

인수 전후 세 기업은 호평받지 못했다. 사업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KCC는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 당했고, 동화기업은 "사업위험과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저평가를 감수해야 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17년 현대자동차 차세대 수소차 넥쏘에 수소저장용기를 공급하기 이전까지 그룹 내 존재감조차 없던 회사였다.


우려 씻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회사

그러나 현재 세 기업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회사가 됐다. KCC는 2003년부터 국내 최초로 실리콘 업스트림 생산공장을 건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했고, 2011년에는 영국 유기실리콘 제품 생산회사인 바실던을 인수·합병(M&A)해 실리콘 사업을 키웠다. 2019년 미국 모멘티브를 인수, 유기실리콘 시장의 글로벌 3위 업체로 부상했다.


실리콘(메탈실리콘)은 무기실리콘과 유기실리콘으로 나뉘는데, 무기실리콘은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으로 사용된다. 유기실리콘은 생활용품부터 의료·화장품·건축·자동차·전기전자·우주산업까지 폭넓게 사용돼 응용제품만도 약 5000가지에 달한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 등에 따라 유기실리콘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KCC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3% 늘어난 1494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3% 늘어난 1551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사업이 KCC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전체 그룹 매출에서도 30% 이상의 비중을 확보하는 등 그룹의 확고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KCC는 지난해 매출 5조8749억원, 영업이익은 38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이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C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유기실리콘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KCC 모멘티브와 미국의 다우듀폰, 독일의 바커, 일본의 신에츠 밖에 없다"면서 "북미 및 유럽이 주무대였던 모멘티브가 현대자동차·삼성전자와 각별한 사이인 KCC의 자회사가 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헝가리 전해액 생산기지. [사진제공=동화기업]

동화일렉트로라이트 헝가리 전해액 생산기지. [사진제공=동화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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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 1조 클럽 가입 견인 ‘동화일렉’

동화기업은 지난해 11월 500억원을 투자해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동화일렉) 헝가리 생산기지를 완공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테네시주에도 6만6000㎡ 규모의 전해액 생산기지 신설을 확정했다. 2025년 미국 생산기지 완공 이후에는 현재 5만3000t 규모인 동화일렉의 전해액 생산능력이 총 10만t 규모로 확대된다. 전해액, 첨가제 등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최근 국내 최초로 중대형 배터리 전해액의 핵심 첨가제인 ‘PA800’을 개발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첨가제 제품을 최초로 국산화해 전해액 제조원가를 15%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동화일렉은 지난 1분기 매출 361억원으로 동화기업 매출(2830억원)의 12.7%를 차지했는데 5년내 동화기업 매출 절반을 책임진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화기업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0% 늘어난 3011억원, 영업이익은 13% 증가한 313억원, 동화일렉은 382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올해 매출 전망치 평균값은 1조2039억원으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목재사업 실적이 2차전지 소재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원동력이 됐다. 자회사와의 시너지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진하이솔루스 R&D 센터 조감도. [사진제공=일진하이솔루스]

일진하이솔루스 R&D 센터 조감도. [사진제공=일진하이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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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던 자회사, 세계 '탑2' 기업됐다

일진그룹은 85억원에 인수한 일진하이솔루스를 지난해 상장시켰고, 1조2455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로 키워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일본의 토요타와 함께 전 세계에서 ‘타입4’ 수소저장용기 양산에 성공한 세계 ‘탑2’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타입4 수소저장용기를 2014년 투싼ix, 2017년 넥쏘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넥쏘의 판매감소 등으로 지난 1분기는 매출액은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하는 등 다소 부진했지만, 2분기부터는 정상화될 전망이다. 올 들어 넥쏘의 판매실적이 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수소모빌리티 생태계를 선도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진하이솔루스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기차가 많이 눈에 띄지만, 수소차의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5배 이상 높다"면서 "특히 고출력을 요구하는 상용차 부분에서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업계에서 KCC와 동화기업, 일진그룹의 자회사들이 M&A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다"면서 "환영받지 못했던 자회사가 첨단기술로 미래시장을 선도,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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