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해법 못찾은 美,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카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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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치솟는 유가 해법을 찾지 못한 미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제시한 ‘러시아산(産) 원유 가격 상한제’를 두고 시장에서는 물음표가 쏟아진다. 가격 상한을 둠으로써 러시아의 석유 이익을 제한하고 유가 상승세까지 막겠다는 의도지만 ‘작동 기제’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유가는 상한제 논의 소식이 알려지며 2% 가까이 상승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자국 재무부 등 관련 부처에 최종 성명에 포함될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G7이 최종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익을 직접 겨냥하는 한편, G7과 세계 각국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실상 상한제 시행이 합의됐음을 확인했다.

이는 각국이 정해진 가격선을 넘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지 않는 것이 골자다. G7이 관할하는 석유 운송망을 통해 합의된 가격 이하의 제품 운송만 가능하게 하거나 상한가를 넘은 거래에 대해 선박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기존 대이란 제재 등과 달리 거래 문을 열어둔 만큼 에너지 수급은 원활해질 것이라는 게 제안자인 미국 측의 판단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작동 기제와 그 효과다.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한 G7 당국자들조차도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DWS의 상품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다웨이 쿵은 "에너지시장이 복잡해지면 마찰이 심화되고 거래가 어려워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중국이 전날 "가격 상한선을 만드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일’일 것(환구시보)"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제사회의 지지도 불투명하다. 당장 유럽연합(EU)에서만 해도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가격상한제가 시행된 후 이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석유를 대거 수입 중인 인도 등의 반발도 뒤따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보복 조치로 일부러 시장 공급을 줄이는 ‘에너지 무기화’ 우려마저 제기된다. 러시아가 일부국에 공급을 차단한 천연가스처럼 에너지 무기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까지 부과된 제재에도 러시아산 석유수입은 증가했고 전 세계 소비자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더 고통받고 있다"면서 "가격 상한제가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치솟는 유가 해법은 다른 산유국의 원유 공급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G7으로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프랑스는 이날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시장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베네수엘라산 원유 일부를 시장에 허용했다. 다음달에는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도 방문할 예정이다. 오는 28일에는 교착 상태인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이란과 미국의 간접 협상이 카타르에서 이뤄진다.


상한제 검토 소식은 공급 우려도 부추기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95달러(1.81%) 오른 배럴당 109.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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