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는 내년이면 교수직(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정년을 맞는다. 학부 시절부터 하면 40년 넘게 컴퓨터공학·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했고, 그 사이 수많은 제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 IT산업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정보통신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어떻게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에 뛰어들게 됐을까. 정 대표는 "2020년 4월 히포티앤씨를 창립하고 DTx 개발에 나서면서 여러 가지가 좋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가 배운 기술도 써먹을 수 있고, 아이들에게 관심이 참 많은데 아이들을 치유할 수도 있다. 매일 매일이 즐거워 눌러앉았다"는 그의 말에서 DTx 개발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히포티앤씨에는 세 가지가 없다. 먼저 직급이 없다. 모든 직원은 연구원이다. 각 부문별 팀장은 두고 있지만, 리더가 아닌 중재자 역할이다. 조직 내 의견을 조정하고 상의하는 역할이지 수직적 구조의 상급자가 아니란 의미다. 또 상대평가가 없다. 자기평가서는 자기가 쓰고, 일하는 시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규제가 없다. 자유롭게 휴가도 사용하고, 출퇴근도 자율이다. 점심시간도 2시간을 주고 있다. 1시간은 밥을 먹고, 1시간은 쉬고 놀라는 의미에서다. 여기에는 정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좀 더 자유롭게, 인격적으로 인정해주며 일을 하고 싶다"며 "이렇게 해도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곧 우수한 인재들이 히포티앤씨를 찾는 효과로 이어졌다. 현재 직원은 45명인데 대부분 연구원이다. 석·박사를 마친 정 대표의 제자는 물론 해외 유수의 대학을 나온 재원들도 즐겁게 일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국내를 대표하는 의료진들이 함께 DTx 개발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자연스레 성과도 나오고 있다. CES 2022 2관왕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CES 참가에 의의를 뒀다가, 참가하는 김에 도전해 보자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전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그도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기술력과 혁신성이다. 정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DTx인 ‘엔데버(EndeavorRx)’와 비교해 자사의 ‘어텐션케어(AttnKare)’가 분명한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엔데버는 ADHD 중에서도 주의산만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어텐션케어는 난폭성까지 모두 진단할 수 있다"면서 "치료도 엔데버는 어드벤처 게임만 있는 반면 우리는 어드벤처는 물론 트레이닝, 플레잉 등 다양한 치료법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FDA 임상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ADHD를 넘어 더 다양한 DTx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는 우울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블루케어(BlueKare)와 깔창에 부착된 센서로 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으로 당뇨발을 분석·예측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정 대표는 "돈을 버는 것보다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며 "매출의 20%는 해당 질병을 위해 쓰기로 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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