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 공급 또 감축…유럽 가스 가격 이틀새 44% 폭등

가스프롬 "獨이 터빈 수리 지연…노르트스트림 공급량 감축"…獨 "정치적 이유" 지적

러시아 가스 공급 또 감축…유럽 가스 가격 이틀새 44% 폭등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가 이틀째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이틀 만에 44.2% 폭등했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가스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4.0% 올라 1메가와트시(MWh)당 120.3유로를 기록했다. 가스 선물 가격은 전날 16.3%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크게 올랐다. 지난 13일 가스 선물 가격은 MWh당 83.4유로였다.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14, 15일 연이틀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발트해 관통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의 공급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가스프롬은 14일 독일 지멘스 에너지에 정비를 맡긴 가스터빈의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가스 공급량을 40% 줄이겠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가스터빈 문제 때문에 가압기지 포르토바야에서 현재 3대의 가스 송출 설비만이 가동되고 있다며 노르트 스트림을 통한 하루 가스 공급량이 기존 1억6700만㎥에서 1억㎥로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가스프롬은 이튿날인 15일에도 지멘스사 가스터빈 엔진 사용을 하나 더 추가로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가스 공급량을 30% 이상 추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은 추가 공급 감축에 따라 하루 가스 송출 용량이 모스크바 시간으로 16일 새벽 1시30분부터 이전의 1억㎥에서 6700만㎥로 33%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프롬의 공급 감축 발표에 지멘스 에너지는 캐나다에서 가스터빈 정비를 마쳤지만 캐나다가 러시아에 취한 제재 조치 때문에 가스터빈을 러시아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가스프롬의 가스 공급 감축 결정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하벡 장관은 이번 여파가 유럽과 독일 가스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대체용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EU가 이스라엘, 이집트와 카이로에서 3개국 가스 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3개국은 지난 3월부터 가스 협약을 추진했으며 이날 결실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집트 항만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한 뒤 이미 건설돼 있는 이집트 가스관을 이용해 유럽으로 LNG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 가스 소비량을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전날 이스라엘에 이어 이날 이집트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이번 계약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카린 엘하라르 에너지 장관도 성명을 내고 "가스 시장에서 이스라엘이 중요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엄청난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스 수요가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어 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과 협력해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천연가스 생산량은 연간 120억㎥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추되지 않은 가스전을 개발할 경우 이스라엘이 가스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 1550억㎥를 수입했다. 러시아 가스는 전체 수입량의 45%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곡사포와 하푼 해안방어시스템 등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이번 지원 발표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40여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 이외에도 독일이 다연장 로켓 발사 스템을 지원하고 슬로바키아는 헬리콥터를, 캐나다·폴란드·네덜란드가 포탄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공략을 강화하며 전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방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고 휴전할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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