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 美 자이언트 스텝…1994년 '채권대학살' 재현 우려

'데킬라 위기' 등 신흥국 도미노 외환위기 불러와
단기 혼란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장기호황
당시 Fed 이끌던 그린스펀, 4차례 연임…18년 장기집권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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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8년만에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1994년 당시 ‘채권대학살(bond bloodbath)’이라 불렸던 자이언트 스텝의 시장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앨런 그리스펀 Fed 의장이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은 멕시코 등 신흥국 경제의 연쇄적인 외환위기인 일명 ‘데킬라 위기’를 유발시켰다. 장기적으로 아시아 금융 위기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초기 혼란 이후 미국의 장기 호황의 기초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ed가 0.7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하는 일명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당시 Fed는 약 1년동안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1번, 0.5%포인트 금리인상 3번, 0.25%포인트 금리인상 3번 등 총 7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1994년 2월부터 1995년 3월까지 1년 남짓한 기간동안 미 기준 금리는 3%에서 6%까지 올랐다.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미국 증시는 초반 큰 혼란을 겪었다. 1994년 2월부터 4월까지 약 2개월간 S&P500지수는 9% 이상 급락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Fed의 급격한 금리인상 조치를 ‘채권대학살’이라 부르며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의 여파는 당시 외국자본 비중이 높았던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유출을 발생시켜 신흥국 경제를 강타하기도 했다. 1994년 12월 시작된 멕시코의 외환위기인 일명 ‘데킬라 위기’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국가들로 번지면서 대규모 외환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신흥국들의 외환위기는 아시아로 번져 1997년 태국을 시작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이 연쇄적인 외환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신흥국들의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 신청이 쇄도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신흥국들에서는 IMF 위기로도 불린다.


그렇지만 당시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안정 조치는 1995년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을 이루는 기초가 됐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는 1995년 3월부터 금리인상 이전 수준을 회복한 후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그해 연말에는 전년동기대비 160% 이상 상승했다.


당시 금리정책을 이끌었던 그린스펀 의장도 물가 및 경제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1987년부터 2006년까지 4차례 의장직을 연임하며 18년간 금리정책을 총괄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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