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필름 카메라가 인기다./사진=독자 제공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스마트폰에선 느낄 수 없는 감성이 매력적이죠." "기다리는 맛이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디카)에 밀려 사실상 종말을 맞은듯 했던 필름 카메라(필카)가 부활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면서다 사진 촬영 중 실수하면 몇 백 장이고 다시 찍을 수 있는 디카와는 달리 모든 정성을 쏟아내도 겨우 한 컷 건질까 말까 한 필카지만, MZ세대 사이에서는 저화소의 투박한 사진이 더 매력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15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한 필름 현상소를 방문했다. 이 업체에서는 카메라로 찍은 필름의 현상, 스캔, 인화까지 다양한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업체의 윤푸빗 실장은 "개업 초반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젊은 손님들이 더 많다"며 "장롱에서 꺼낸 옛날 필름을 가져와서 '이런 일이 있었나봐'하며 스캔된 사진을 보며 추억을 곱씹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이 필름 현상소는 6년째 성업중이다. 최근에는 커플 방문객도 많다고 귀띔했다. 필름 현상·스캔·인화 과정 자체가 데이크 코스가 됐다는 것이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촬영자의 손에 쥐어지려면 현상-스캔-인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상'이란 촬영된 결과물이 더이상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약품 처리하는 것이다. 이후 현상 처리한 필름은 스캔 작업을 통해 디지털 파일로 전환되며 최종적으로 인화 작업을 거쳐 실물 사진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사진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사진의 질 또한 떨어지고, 인화 전까지는 사진이 어떤 모습으로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윤 실장은 "디카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피사체가 흔들리거나, 색이 날아간 필름 카메라의 사진을 오히려 더 신기해 한다"며 "솔직히 망작이지만 필름 프로세스 자체를 이해하고 경험 자체를 즐거워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필름 스트립./사진=윤슬기 기자 seul97@
이 업체를 방문한 20대 최모씨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편하고 화질도 좋지만 필카에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더 많이 들어서인지 필카로 찍은 사진을 볼 때 당시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현상부터 스캔, 인화까지 과정을 치면서 기다리는 맛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던 필름카메라를 찾는 수요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주 수요층이 MZ세대로 넘어오면서 수백만원대 고급 기능의 전문가용 카메라 보다는 필름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일회용이나 중저가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필름 카메라가 소품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사진=독자제공.
특히 최근에는 작고 앙증맞은 모양의 필카 출시가 잇따르면서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소품용으로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필카'로 검색되는 건수가 100만개에 이를 정도다.
직장인 김민혜씨(25)는 필카 '굿즈'(기획상품)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사례다. 그는 "브랜드나 전시회에서 내는 굿즈 디자인들이 다양해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며 "귀여운 일회용 카메라를 수집하는 것도 취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필카의 부활을 '뉴트로(New+Retro) 현상'으로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느끼는 아날로그로부터 오는 불편함을 '재미있다', '새롭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며 "복고 역시 MZ세대는 경험해보지 않은 문화이기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카메라 혹은 스마트폰처럼 모든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또 완벽하게 나오는 데 익숙해져 있다가 노이즈가 많고,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에서 오는 아스라한 느낌이나 불완전함이 과거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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