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사회부장
동북아 8대 경제권을 목표로 내건 ‘부산울산경남 특별지방자치단체(부울경 메가시티)’가 지난 19일 첫 발을 내디뎠다. 아쉽게도 시작부터 밥그릇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과 경남지역에서는 당장 부산이 메가시티를 주도할 것이라는 홀대론이, 부산에서는 부산이 메가시티의 중심이라는 중심론이 나온다. 청사 소재지 선정을 두고는 지자체마다 "우리 지역이 최적의 후보지"라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청사 소재지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출범하기까지 가장 논란이 많았던 사안이었다. 현재는 규약에 ‘부울경의 지리적 가운데로서 중심이 되는 지역’이라고 모호하게 규정된 상태다.
부울경 각 시도 9명 등 27명으로 통합의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경남지역에서는 "인구 350만 경남과 110만 울산, 광역의원수(경남 58명, 부산 47명, 울산 22명)의 분포를 봐서도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메가시티 단체장과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분출될 것이 뻔하다. 부울경 시도의회가 추천한 의원으로 연합의회를 구성하고, 여기에서 단체장과 의장도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가시티 단체장은 메가시티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에 필요한 자치법규와 조례 등을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일을 주도하게 된다. 지자체 간 사업 확정, 재정 분담을 놓고도 갈등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다행인 것은 지방선거 전 출범함으로써 내년 1월부터 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6개월 이상 벌게 된 것이다. 만약 메가시티 출범이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갔다면 지방선거의 쟁점이 되고 새로 선출된 일부 단체장과 광역의원이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맞서며 혼란이 빚어질 수 있었다.
지방의 메가시티는 돈과 사람이 수도권에 몰리는 ‘수도권 깔때기현상’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시작됐다. 중앙정부가 연구개발과 인프라 예산 지원을 약속했고 ‘우리도 수도권에 버금하는 지역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지역의 기대감도 높다. 부울경을 시작으로 충청, 대구경북, 광주전남, 용인·성남·수원·안성 등 메가시티를 잇달아 추진 중이다. 부울경이 메가시티 성공의 초석이 되기 위해서는 단체장과 의회, 지역 경제계, 시민사회학계의 협력을 이끌어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은 2010년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광역연합체다. 지금은 교토, 오사카, 나라 등 ‘2부(府) 6현(縣) 4시(市)’로 구성돼 있고 12개 지자체 총 인구는 2067만명(일본 인구의 5분의 1)에 이르는 대표적 성공모델로 꼽힌다. 이 간사이광역연합의 태동부터 확산을 이끈 곳이 지역 경제단체인 간사이경제연합회다.
1946년 설립된 연합회는 1950년대 들어서며 행정구역을 벗어나 ‘간사이주(州)’를 만들자는 구상을 했다. 1991년에는 ‘간사이는 하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각종 협의회와 경쟁력회의, 분권개혁 관련 연구회와 추진기구 등의 설립을 주도했다. 무려 50여년에 걸쳐 메가시티의 설립을 이끌고 성공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된 지역주의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울경은)협력하는 관계고, 서로 나누는 관계다. 우리가 결국은 뿌리도 하나지만 앞으로도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주시는 게 정말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팀’이 사라진 메가시티는 시작만 창대했던 과거 지역균형발전·국토균형발전의 또 다른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이경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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