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범죄 암장될 것"

대검 검사장들 "검수완박, 헌법 보장한 검사 수사 권한 정면 부정"
檢, ‘검수완박 법안’ 위헌성 검토 TF 구성… 헌법상 쟁송 방안 논의

이근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수완박'(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근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수완박'(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1987년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같은 범죄는 앞으로 묻힐지 모릅니다"


대검찰청 부장검사(검사장)들도 2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이 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검수완박 법안은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검찰청은 대응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검토 중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를 대비해 헌법상 쟁송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근수 공판송무부장은 "(검수완박 법안은) 생명과 재산, 자유와 안전이라는 기본권 보호 및 인권 옹호 기능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절차라든지 진행 입법 과정에서 헌법 12조 1항 위배될 소지가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검 공공수사부·공판송무부·과학수사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초단기 공소시효(6개월)가 적용되는 선거 관련 수사는 부실 처리될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6개월 내 선거 사건을 처리하려면 고도의 법률적 전문성과 공소 유지 경험이 있는 검사가 책임지고 수사한 후 재판을 맡아야 하는데,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되면 검찰의 손발이 묶여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는 사례가 속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안보·테러·선거·노동·산업재해 등 공공 영역의 범죄 수사는 검찰의 대표적인 분야로 손꼽힌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각종 조합선거를 망라한 선거법 위반 사건과 거대기업의 노조와해공작, 불법파견, 중대재해 사건 등은 모두 검찰의 손을 거쳐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


또 검찰은 이미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상황에서, 보완 수사권마저 박탈함으로써 피의자에게 경찰의 강압수사·적법절차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사라지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부검 명령권까지도 폐지함으로써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같이 보완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길이 요원해질 것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일례로 경찰에서 구속기간 20일을 보내고 온 국가보안법 피의자에게 강압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질문조차 할 수 없는데, 경찰의 가혹행위를 어떻게 규명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영상·문서 등의 감정, DNA·법화학 감정, 디지털포렌식, 사이버수사 등 과학수사 분야에서도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과학수사 장비·기법의 차이 등으로 인해 경찰 수사에서 미처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검찰 수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과학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사건에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검찰의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충분한 논의와 심사 없이 시행되면, 진실이 묻히게 돼 범죄자들은 행복해하며 웃고 피해자들은 억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건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증인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해도 처벌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판검사가 위증 수사를 할 수 없게 돼 위증의 유혹이 한층 더 높아질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위증죄를 확인한 건수는 2018년 889명, 2019년 575명, 2020년 451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1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352명으로 현저히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에서 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를 위해 양형 증거의 수집을 위한 보완 수사나 공판 과정에 드러난 배후사범 등을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범죄에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 검찰청 부장검사들은 9시간에 걸친 밤샘 논의 끝에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위 간부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회의에는 40개청 선임 부장검사급 6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검수완박법’은 ‘범죄방치법’"이라며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고 이는 오롯이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어서,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과 고위 간부들이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부장검사들 의견을 자세히 보고 받지 못했지만, 충분히 살펴보고 장시간 토론해 내린 결론에 대해 무게를 갖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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