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윤석열 정부 1기 내각 국무위원 19명 중 11명이 자녀·부모 등 가족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독립 생계나 타인 부양 등을 고지 거부 이유로 밝혔지만 공직자 검증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아시아경제가 19명 국무위원 후보자의 재산 공개를 분석한 결과, 국무위원 후보 19명 중 절반 이상인 11명이 자녀·부모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후보자와 고지거부 대상자를 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모친·자녀 2명)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모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장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장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장남)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장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차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장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모친·장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장녀) 등이다. 부모의 경우에는 타인 부양을, 자녀의 경우에는 독립생계를 이유로 들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27조2에 따르면 독립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직계 존·비속이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문제는 신고의무자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점이다. 국무위원 후보 중에서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은 자녀·부모의 재산을 모두 공개했다.
전문가들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후보는 공개하고 어떤 후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면 객관성과 형평성 논란이 계속 불거질 수 있다"면서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따. 이어 "장관 후보자, 고위공직자 등은 공인이므로 일반 국민에게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두 공개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다만 성인의 경우 본인의 선택권이 존중돼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막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재산 고지 거부는 원칙상 가능하므로 신고의무자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혁처 관계자는 "부모와 자녀 모두 독립생계를 유지하면서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고지 거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신고의무자가 본인 판단에 따라 고지거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현 법사위원장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재산신고 대상자를 확대하고 고지거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으나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공직윤리 확립 및 이를 통한 대국민 신뢰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직계존속·비속의 사생활의 비밀 및 재산권 보호 측면 등에서 공사 법익 간의 비교형량을 통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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