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바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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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요체는 갈등의 조절이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는 정치를 통해 표출된다. 분출한 욕구는 입법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제도화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은 대화와 타협이다. 집단마다 가치와 철학이 다르고 서로 다른 관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그들이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다. 대의에 사람들을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링컨의 말은 언제봐도 옳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면 정치는 갈등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국민’ ‘개혁’을 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 국민이 요구하는, 국민이 불러서’라며 ‘개혁’을 외친다.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강조하며 착시효과를 노린다. 마치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멋있게 포장한다. ‘진정 국민이 원한 게 맞나’ ‘개악 아니라 개혁 맞나’는 핵심 고려 사항이 아니다. 그저 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유 효과에 의미를 둔다. 스스로 국민의 대표자, 개혁의 기수라고 최면을 거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 ‘개혁’을 이렇게 오염시킬 수 있을까.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그들만의 국민’이고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그들만의 개혁’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나라에 살지만 두 세상에 살고 있다.

중국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에서 “가장 나쁜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정치”라고 했다. 즉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나쁜 정치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귀를 막고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안 통과 시한까지 정해놓았다. 이를 위해 소속 의원을 탈당시키는 ‘선수교체’까지 했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국가의 중요한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일을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멈춰야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또 어떤가. 편입학·병역 의혹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감싼다. “위법한 사항은 없다”고 말한다. 위법 여부를 따지는 것은 정치의 영역 중 한 부분에 불과하다. 또 그것은 대부분 수사를 해야 비로소 드러난다. 정치의 기본은 마음을 얻는 것인데 여론의 광장에서는 이미 평가가 끝난 분위기다. 결단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다’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이런 와중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느닷없이 예정된 해외 출장을 취소했다. 이례적인 일이고 ‘검수완박’ 정국에서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의회주의자를 자임하고 ‘꾀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 의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그가 ‘끝까지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 정신을 고수한 국회의장’으로 정치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정치 복원의 희망을 그에게 걸어본다.




소종섭 정치사회부문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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