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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을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토론회에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도전자’ 르펜 후보가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물가 문제를 강조하며 "생활비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의 약점인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이날 오후 TV 토론회에서 만나 2시간30분간 설전을 벌였다. 르펜 후보는 2017년 대선 토론회 당시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격을 받으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적 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전투적으로 맞서면서 이번 토론회의 ‘승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외신들의 관전평이다.
르펜 후보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핵심 관심사인 생활비 위기를 강조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가스비를 비롯한 각종 생활 필수품의 가격 상승으로 물가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내내 고통을 겪었다"면서 "향후 5년간 프랑스인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르펜 후보는 매달 가구당 150~200유로를 돌려주기 위해 세금을 줄이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언급하고 에너지 관련 부가가치세도 낮추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반박, 5년 집권 기간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르펜 후보가 러시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린 사실을 꺼내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를 향해 "러시아 정부와 푸틴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2014년 러시아 은행에서 1100만유로의 대출을 받은 이유를 따져물었다. 르펜 후보는 우크라이나 관련 이슈 언급을 피하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프랑스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당이 대출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반이민 정책의 논쟁거리 중 하나인 이슬람 여성들의 히잡 착용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유지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가 유세 중에는 최대한 부드럽고 중도적인 태도를 보이기 위해 히잡 착용 금지 주장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토론회에서 이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마크롱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소 EU와 거리두기를 해왔던 르펜 후보는 EU 회원국은 유지하되 ‘국가동맹’ 정도로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 대선 결선은 24일 치러진다. 최근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를 지지율 10%포인트가량 앞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당선되면 2002년 자크 시라크 이후 20년 만에 탄생하는 재임 대통령이 된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부동층이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르펜 후보의 승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상밖으로 르펜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면 시장에는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수준의 타격이 이뤄져 선거 이튿날인 25일 전 세계 증시 등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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