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국민 눈높이 못 따라가는 공정과 상식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 및 병역비리 등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 및 병역비리 등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자녀의 의대 편입학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그 학교에 있다고 해서 아들딸을 꼭 다른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대학교병원 부원장·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편입에 특혜를 줬는지를 놓고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들의 병역 판정이 2급에서 4급(사회복무요원)으로 바뀐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연일 해명자료를 내며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며 두둔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한술 더 떠 "자녀가 어디에 입학하든, 어디에 취직을 하려고 노력하든 그것을 역차별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정 후보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특혜가 없었다는 해명은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논란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나 '헤아려 달라'는 말로 합리화해선 안 된다. 애당초 자녀 입시와 병역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면 '공정과 상식'을 갈망하는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를 한참이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가 될 줄 알면서도 장관 후보직을 수락하고 인사검증을 통과했다면 이 또한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얕잡아 봤거나 국민을 무시한 셈이다.


변하지 않는 팩트는 바로 '아빠가 고위직으로 있는 의대에 두 자녀가 나란히 합격했다'는 것이다. 불법은 아닐지라도 '이해충돌' 소지는 다분하고, 이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상식이나 국민감정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할 수 있는 교수 인맥, 4년간만 한시적으로 운영된 의대 편입제도에 맞춰 자격을 갖출 수 있었던 정보력 등이 보통 국민들은 기회조차 잡기 힘든, 말 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이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정호영 후보자도 둘 다 공정하지 않게 보인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높다. 정 후보자가 앞으로 청문회를 거치면서 의혹들을 해명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그를 장관 적임자로 수긍할지 의문이다. 이미 3년 전 조국 사태에서 경험했듯 교육부가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든, 의료기관의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론은 갈리고 신뢰성 시비가 뒤따를 것이다. 벌써부터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기준과 강력한 강제 수사를 똑같이 적용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정쟁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발목을 잡으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혹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산더미 같은 의혹을 안은 정 후보자가 과연 코로나19 일상회복과 국민연금 개혁, 출산율 회복 등과 같은 시급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국민이 요구하는 공정과 상식 선에서 본다면 정 후보자는 이쯤에서 자진 사퇴하는 편이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조인경 바이오헬스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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