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해' 아내, 2심서 감형… "수십년 가정폭력 인정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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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수십 년 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끝에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20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원종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60)의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확인 결과 피고인과 아들 등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직접 경험이 없으면 꾸며서 진술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피고인은 오랜 결혼 생활 중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도 피해자로부터 자주 폭행을 당했고,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취지의 폭언과 폭행을 당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들 참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5월29일 남편 A씨(66)가 식사 중 술에 취해 폭언과 폭행을 하자 몸싸움 끝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A씨는 "너 바람피우지, 이 집은 내 집이니까 나가라"라는 막말을 했고, 화를 내는 김씨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조르며 "네 엄마와 동생을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쳤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목을 조르며 몸싸움을 시작했고, 심장 질환이 있던 A씨가 먼저 힘이 빠져 "숨쉬기 힘드니 내려와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근처에 있던 전선까지 사용해 A씨를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가부장적이고 의처증이 심했던 A씨는 평소 술만 취하면 김씨가 외도를 했다고 의심하고, "아들도 다른 남자와 낳은 것 아니냐"고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잦은 폭언과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보이며, 사건 당일도 일정 부분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김씨의 양형기준을 '제2유형'으로 분류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살인범죄의 양형기준은 범행 동기에 따라 제1유형(참작 동기 살인),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제4유형(중대범죄 결합 살인), 제5유형(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분류한다. 제1유형은 기본 권고형량이 4~6년이지만, 제2유형은 10~16년이다.


항소심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1심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경찰 신고 및 치료 내역이 없어서 이 사건 살인을 제2유형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며 김씨의 살인을 제1유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1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아버지의 폭행 정도가 하도 심해서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점도 함께 강조했다.


김씨는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합니다. 사죄하며 용서를 빕니다. 어머니의 딸로서, 아들의 어머니로서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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