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평검사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응하기 위해 열렸던 전국평검사대표회의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19년 만에 열린 전국 평검사회의가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검란(檢亂)이 현실화됐다.
20일 평검사 대표 207명은 밤샘 난상토론 끝에 검수완박 법안의 실무상 문제점에 대한 중론을 모았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이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성폭력 범죄, 강력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들로부터 국민을 더 이상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검사회의는 안건에 제한을 두지 않아 10개 가량의 안건이 나왔고 이 중 6~7건의 안건이 채택됐다. 안건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회의에 참석한 모든 검사가 함께 안건을 정리하면서 입장문을 고쳐나가는 공동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평검사회의는 ▲검사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문제점 ▲검사의 인권 보호기능 박탈에 따른 문제점 ▲구속 등 강제수사에서 문제점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약화를 검수완박 법안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우선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사권, 조사권 등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국민은 범죄의 피해를 당해도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없고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며 "경찰에서 하지 못한 말을 검사 앞에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검사는 당사자 사이의 대질조사를 하지도 못해 억울한 사람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검사가 범죄에 적합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기소 여부를 경찰의 ‘수사 의지’와 ‘선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기록요청 권한이 삭제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경찰에서 기록을 보내지 않는 한 검사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수사 중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검사가 구속을 취소할 수 있는 인권 보호 규정까지 삭제해 구속된 피의자는 죄가 없어도 검찰에서 무조건 10일 동안 구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건이 시급한 경우, 압수수색을 한 이후에 압수영장을 청구하는 사후 압수수색영장의 청구권자에서 검사를 삭제해 결국 경찰이 검사의 판단을 받지 않고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 정치인들에 대한 대형 부정부패 비리사건, 뇌물·직권남용 등 공직부패범죄,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금융 기업범죄에 특화해 전문화된 검찰 수사를 아무런 대안없이 사장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평검사회의에서 언급한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제도를 제안한 방안이고 실제로 어떻게 작동될지 구체적인 구상이 없다"며 "평검사 대표회의를 정례·상설화한다면, 기준을 설정해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전국 부장검사들이 회의를 연다. 이미 검찰총장과 고검장, 평검사, 전현직 검찰총장 등과 마찬가지로 반대 의견을 낼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검수완박의 정국은 검사들의 집단반발과 여권의 법안강행, 보수야권의 법안저지 구도, 여기에 청와대와 인수위까지 가세한 갈등과 대립은 심화될 전망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