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새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를 '확대' 개편해야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인구(미래)가족부 등 새 부처 신설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19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1139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 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여성가족부 개편 방향에 대해 '부처 확대(74.5%)' 의견이 가장 우세했고 '부처 존치(19.5%)'와 '부처 개편(3.6%)' 순으로 나타났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가칭 '미래가족복지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95.6%로 압도적이었고 잘 모르겠다(3.5%), 찬성(0.9%) 의견은 소수였다.
설문 응답자 중 주관식 의견으로 '행정기관이 사라져 삶의 실질적인 위협을 받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존재한다면 한순간에 없앨 수 없다', '위원회가 되면 정부 내 시민단체 취급을 받으며 예산 등 협조를 받지못해 한계가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권인숙 의원은 "성평등 정책 전담 독립부처가 사라진다는 것은 국가 성평등 정책 실현을 위한 주요한 권한과 기능이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 반대라고 밝힌 다수 응답자들은 여가부 폐지를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루이자 안전망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폐지나 축소가 아니라 독립 부처로 확대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권인숙 의원 등이 주최한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여성가족부 조직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경아 한림대학교 교수는 부서 쪼개기나 인구가족부 신설, 위원회 격하 등의 폐지 시나리오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고용부가 노동시장에서 성별 불평등 상황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았고, 돌봄·가족 지원 업무까지 추가하면 주변화할 위험이 있다. 젠더폭력 업무에 대해 법무부는 성착취 아동·청소년 피해자화를 반대했고 폭행·협박 없는 강간죄 인정에도 소극적이었다"며 "여가부 업무를 타 부처로 이관하면 정책 수혜자인 여성·청소년·아동·가족 전반의 복지와 안전,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보호사업'으로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칭 인구가족부나 미래가족부를 신설해 저출산 문제를 푸는 접근방식도 단순히 가족 정책으로 환원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고용, 주거, 돌봄, 가사·육아분담 등 가족과 사회 전반의 성평등 수준을 높여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초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 전 부처가 협력하는 가운데, 성평등 관점으로 총괄·조정해 갈 수 있는 정책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를 없앨 경우 지역 여성정책도 타격을 입고 청년 여성들의 이탈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신 교수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성평등 정책이 사라질 경우 청년 여성들은 계속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고 지역사회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성평등관점에서 돌봄과 고용,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정책을 연결하는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여가부가 상징적 기구에서 나아가 문제해결형 네트워크,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며 "'성평등 돌봄사회' 등 청년 세대의 니즈에 부합하는 성평등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평등 관점의 정책 집행이 중요하고, 젠더나 일, 돌봄 관련 실질적인 집행부처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 기능은 유지하되 공백과 사각지대 정책을 강화하고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하며 특히 노동시장 성평등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여성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부처 명칭에 '여성'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며 미래, 가족 등의 호칭을 넣는것도 명백한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한국YWCA 성평등정책위원장은 "여가부를 위원회로 격하하는 구조개편은 철저히 막아야한다. 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고 심의권도 없다"며 "여가부 정책을 확대·강화해야하되 명칭은 '성평등부'로 가야한다. 여기에 당선인의 공약 중 성별근로공시제, 양육비 이행 강화 등을 추가하되 보건복지부의 '인구정책실' 정책과 국무조정실의 청년정책도 이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과정에서 발제자들은 고용상 성차별 문제를 새 정부 조직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신 교수는 "고용상 성별불평등은 시정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함께 쥐고 갈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는 성차별이 당면한 과제이므로 고용상 성차별을 구제할 시스템 갖고 여성을 중심으로 차별받는 다른 주체들까지 결합시켜 함께 갈 지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저출산 문제 개입은 성공하기 가장 어려운 과제다. 고용성차별 문제는 시장에 개입을 해야하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과제"라며 "인구정책은 출생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반적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만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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