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콘텐츠산업, ESG가 미래다

[뉴웨이브]콘텐츠산업, ESG가 미래다

뉴노멀의 시대가 오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이다. ESG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 혹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 거버넌스 내지 기업의 지배 구조, 투명 경영에 대한 논의는 시대적으로 반드시 유념해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애플, 아마존 등 2019년 8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81개 기업이 BRT(Business Roundtable) 연례회의에서 성명을 내 새로운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고객, 직원, 공급자,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가치 창출이라고 천명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주최로 열린 ‘다보스 어젠다 2022’에서도 조만간 ESG 글로벌 표준이 제정돼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콘텐츠 산업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분위기이다. 해외의 경우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서 오래 전부터 ESG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 플레이'나 'U2'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환경 보호를 위해 대규모 공연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항공과 공연에 오가는 관객, 굿즈, 조명, 세트 설치 과정 등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에도 협력사 행동규범을 통해 제품 제조와 서비스 수행 모든 곳에서 안전한 근무 조건을 제공하고, 근로자의 대우에 대한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ESG 보고서를 출간해 올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수렴시키는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엔 CJ ENM이 작년 말 첫 ESG 리포트를 발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콘텐츠공정상생센터를 운영하면서 콘텐츠 분야 투명경영 및 노동자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콘텐츠산업에서 ESG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캠페인 '콘텐츠로 그리다'도 벌이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벤처, 펀드 등을 살펴보면 녹녹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20년 소셜 벤처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와 올해 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소셜 벤처의 경우 제조업에만 45%가 몰려 있다. ESG와 접목할 여지가 커 보이는 문화·콘텐츠업은 1.9%에 불과하다. 기업 뿐 아니라 사회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 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오히려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 살인적인 노동 시간에 시달리는 일부 콘텐츠 업체의 환경, 창작자, 인디제작자들에 대한 제작·유통·플랫폼에서의 기회의 평등 보장 등 ESG 경영 차원에서 고려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도 많다. 기업 뿐 아니라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도 큰 의미가 있다. 말초적 재미와 선정적 콘텐츠, 시청률에 매몰되어 있는 콘텐츠 분야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구체적인 콘텐츠 사례로 보자면, 장기 기증 이슈를 부각시키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슬기로운의사생활’, 비주류 장르의 조명을 통해 기회의 제공을 강조했던 ‘스트리트우먼파이터’, 사회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면면을 담아 이야기들과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유퀴즈온더블록’ 등 좋은 콘텐츠들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이에스지(ESG) 경영'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환경·사회·투명 경영'을 올해 초 선정한 바 있다. 환경 보호와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하고 선한 영향력을 고려하는 경영 철학이 확산되면서, ESG를 고려하는 선한콘텐츠, ‘선콘운동’의 붐이 번져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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