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신남방 정책 3.0’이 필요하다.

[시시비비] ‘신남방 정책 3.0’이 필요하다.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한계에 달했다고 밝혔다. 예상대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은 미완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 대 중국관계 재정립, 일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대북 관계를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외교 정책이 눈에 띈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남방 정책’이다. 문 정부의 신남방 정책도 폐기 대상일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대북 정책이나 신북방과 달리 신남방은 정책 추진의 의미가 달랐다. 신남방 정책은 우리가 주도한 유례를 찾기 힘든 외교 정책이었다. 신남방 정책은 우리의 필요성이 더 컸다. 한국의 대표 교역 및 투자 상대로 떠오른 동남아시아 아세안 국가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사업을 위해, 관광을 하러 아세안 국가들로 향하는 우리 국민들이 급증했다. 부족한 우리 노동력은 아세안 국가 국민들이 채웠다. 관계 전환의 전기가 필요했다는 게 외교가와 학계의 평가다.


신남방 정책을 통한 성과도 적지 않다. 과거 한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주 아세안 대표부 대사는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아세안 현지에서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마련된 셈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했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동남아 지역본부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모두 참가해 2019년 부산에서 열렸던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도 빼놓을 수 없다. 기자가 부산의 한 호텔 로비에서 목격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주한 인도네시아인들의 만남은 단순한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만남이 아니었다. 타향에서 학업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일이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주재원들의 기대도 같았다. 모국의 관심이 그들의 사업과 미래와 연계된다. 한국 정부라는 든든한 배경이 그들의 버팀목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와 강제로 이별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심도 잊혀져 갔지만 현실은 다르다. 국제기구 한·아세안 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20~30대 아시아인들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보다 한국을 가장 신뢰하는 국가라고 답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관광객과 기업인들이 동남아로 몰려갈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오히려 아세안 국가들을 진정한 동반자로 끌어올릴 ‘신남방 정책 3.0’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신남방 정책 2.0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와 함께 흐지부지됐다.


마침 미국의 동향을 참고할 만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워싱턴에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과거 우리가 했던 행사다. 중국을 견제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성을 위해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천연자원의 보고인 아세안 국가들을 배려한다는 배경도 있을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데 우리는 정책 대신 통상 조직 개편을 두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갈등만 보인다. 새 정부는 우리 국민과 재외 동포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통찰해 보기 바란다.


백종민 오피니언 부장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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